얼굴이 화끈거리는 글쓰기



  출판사에서 3교 교정지를 보내 준다. 새벽 세 시 살짝 넘어서 왔다. 내가 새벽 세 시 무렵에 잠에서 깼고, 작은아이도 이무렵 깨서 쉬를 눈 뒤 배고프다고 해서 주전부리를 챙겨 주었다. 셈틀을 켜니 3교 교정지가 왔기에, ‘아무리 마감이 바쁘시다고 해도 새벽 세 시까지 일하시나?’ 하고 생각하면서, 나도 새벽 여섯 시가 될 때까지 교정지를 들여다본다.


  3교 교정지인 만큼 바로잡거나 고칠 곳은 얼마 없다. 그렇지만 ‘얼마 없다’뿐, 곳곳에 숨은 아이들(틀리거나 잘못 쓴 대목)이 나타난다. 3교 뒤에 4교도 볼 테지만, 그야말로 얼굴이 화끈거릴 노릇이다. 이렇게 잘못 쓰거나 틀리게 쓴 대목이 그대로 종이에 찍혀서 책으로 나오면 얼마나 부끄러운가. 지난해에 내놓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에서도 미처 찾아내지 못한 잘못 적은 대목이 나와서 부랴부랴 책을 다 거둬들여서 다시 찍어야 했다.


  부디 3교로 모든 아이들을 다 찾아낼 수 있기를 빈다. 4교에서는 한 아이도 안 나오기를 빈다. 5교도 본다면 5교에서는 그야말로 아주 말끔하면서 고와야 할 테지. 4348.9.2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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