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왔어!”
대문을 연다. 삐이익 소리가 난다. 우리 집에서 마당을 맨 먼저 내다본 사람은 언제나처럼 큰아이. 우리 집 사랑둥이는 “아버지 왔어!” 하고 소리친다. 이윽고 작은아이가 마당을 내다본다. 큰아이는 언제나처럼 맨발로 마당으로 뛰쳐나와서 춤을 추고, 작은아이도 누나처럼 맨발로 마당으로 달려나와서 웃는다. 작은아이는 아버지한테 “아버지 그렸어요! 어서 와 봐요!” 하고 말한다. 아버지가 하룻밤 집을 비우며 바깥일을 하러 다녀온 사이, 작은아이는 아버지를 마음으로 그리면서 종이에 그림을 그렸구나. 이 귀염둥이하고 지내는 시골집이란 얼마나 멋진 곳인가. 삼천포와 진주에서 받은 선물을 부엌에서 끌른다.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줄 선물이니 무거워도 땀 뻘뻘 흘리면서 씩씩하게 짊어지고 왔다. 땀을 훔치고 옷을 갈아입으며 씻으려 하니 곁님이 내 등이 시뻘겋다고 말한다. 꽤 오래 걸어서 짐을 짊어지고 왔으니 등짝이 시뻘겋게 될 만하다. 4348.8.2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