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110) 노답/노잼


 얘는 정말 노답이다

→ 얘는 참 답답이다

→ 얘는 아주 갑갑하다

 그 영화 노잼이던데

→ 그 영화 안잼이던데

→ 그 영화 따분하던데


  ‘답(答)’은 ‘대답’이나 ‘해답’이나 ‘회답’을 줄인 외마디 한자말입니다. ‘노답’이라 할 적에는 “no + 答”일 테고, “해답(解答)이 없음”을 가리킵니다. ‘해답’은 ‘풀이’를 뜻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 찬찬히 따지면 “풀어낼 길이 없다”고 할 적에 ‘no答’이라는 말을 쓰는 셈입니다.


  이와 비슷한 꼴로 ‘노잼’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no + 재미”입니다. 아무래도 요새는 유치원에서조차 영어를 가르치느라 ‘노(no)’나 ‘예스(yes)’ 같은 말은 영어라기보다 여느 자리에서 흔히 쓰는 말이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영어 ‘no’를 붙였을 뿐 ‘노답’이나 ‘노잼’처럼 말을 짓는 모습은 재미있습니다. 다만 생각날개를 더 펼치지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풀어낼 길이 없다”고 할 적에 흔히 ‘답답하다’거나 ‘갑갑하다’거나 ‘깝깝하다’고 말했어요. 답답하기에 ‘답답이’가 되고 갑갑하기에 ‘갑갑이’가 됩니다.


  한국말 ‘안’을 붙여서 ‘안잼’처럼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재미가 없으면 ‘재미없다’거나 ‘따분하다’거나 ‘지겹다’고 하면 됩니다. 영어를 안 쓰기보다는, 한국말로 재미나게 말놀이를 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8.8.24.달.ㅅㄴㄹ



얘는 정말 노답이다. 얼마나 답이 없느냐 하면

→ 얘는 아주 답답이다. 얼마나 답답하느냐 하면

《김병섭·박창현-여고생 미지의 빨간약》(양철북,2015) 1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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