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727) 과학적


 과학적 사고력을 키운다

→ 과학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

→ 슬기롭게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

→ 짜임새 있게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

 과학적인 증명을 해 보자

→ 과학으로 증명을 해 보자

→ 차근차근 밝혀 보자

→ 빈틈없이 밝혀 보자


  ‘과학적(科學的)’은 “과학의 바탕에서 본 정확성이나 타당성이 있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정확성(正確性)’은 “바르고 확실한 성질”을 뜻하고, ‘타당성(妥當性)’은 “사물의 이치에 맞는 옳은 성질”을 뜻한다 합니다. ‘확실(確實)’은 “틀림없이 그러함”을 뜻하고, ‘이치(理致)’는 “정당한 조리”라 하며, ‘정당(正當)’은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함”을 뜻하고, ‘조리(條理)’는 “앞뒤가 맞고 체계가 서는 갈피”라 합니다. 그러니까, “틀리지 않음, 올바름, 빈틈없음”에다가 “마땅함, 앞뒤가 맞음(알맞음), 튼튼히 섬”을 나타낸다고 할 만한 ‘과학적’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틀리지 않음, 올바름, 빈틈없음”에다가 “마땅함, 앞뒤가 맞음(알맞음), 튼튼히 섬”처럼 말하면 되는 자리에 구태여 ‘과학적’을 쓴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학문에서 쓰는 이름인 ‘과학’이라면 과학일 뿐이고, ‘-적’을 붙이는 “과학적으로 말하다”나 “과학적으로 생각하다” 같은 자리에서는 다른 뜻이라고 보아야지 싶습니다.


 과학적 원리 → 과학 원리

 과학적 지식 → 과학 지식

 과학적 관리 → 빈틈없는 관리

 과학적 대답 → 빈틈없는 대답


  과학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과학을 바탕으로 생각(← 과학적 사고)”하는 일입니다. 과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과학을 바탕으로 말(← 과학적 설명)”하는 일이고요. 과학에 따라 살피면 “과학에 따라 생각(← 과학적인 탐구)”하는 일이에요. 그러나 우리들은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는 일을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말아요.


  자꾸 ‘-적’을 붙여서 ‘과학적’이 됩니다. 때로는 ‘수학적’이 됩니다. 때로는 ‘문학적’이 되고, 때에 따라서는 ‘철학적’이 되고 ‘정치적’이 되며 ‘경제적’이 됩니다. ‘-적’을 붙이면서 “어떤 학문에 바탕을 둔”을 나타낸다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우리 스스로 이런 생각에 젖어들면서 우리 생각을 외려 더 두루뭉술하게 보여주고 맙니다.

 

 과학에 따라

 과학을 바탕으로

 과학으로

 과학을 헤아리며

 

  ‘어떤 과학’을 하는지를 제대로 밝혀야 합니다. ‘어떻게 하는 과학’인지를 살뜰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떤 바탕’인지를 낱낱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저 과학이라면 ‘과학’ 한 마디면 넉넉합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풀어” 나갔다고 한다면, 이 ‘과학적’이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탐정이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과학을 아주 잘 알아서 과학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었다는 소리일까요? 빈틈없이 살피고 하나하나 헤아리면서 앞뒤를 잘 이은 끝에, 숨겨진 모두를 알아냈다는 소리일까요? 4348.8.10.달.ㅅㄴㄹ




그러기 위해서는 또 학습 방법을 과학적으로 개선하고

→ 그러자면 또 배우는 방법을 차근차근 고치고

→ 그러자면 또 배우는 방법을 슬기롭게 가다듬고

→ 그러자면 또 배우는 방법을 짜임새 있게 손질하고

→ 그러자면 또 배우는 방법을 야무지게 손보고

《찌까즈 께이시/김성원 옮김-참 교육의 돛을 달고》(가서원,1990) 101쪽


그보다는 오히려, 이민노동자들이 불안과 불행으로 인해서 두세 배나 더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욱 과학적일 것이다

→ 그보다는 오히려, 이민노동자들이 두려움과 슬픔 때문에 두세 곱이나 더 괴롭다고 말해야 더욱 올바르다

→ 그보다는 오히려, 이민노동자들이 두려움과 슬픔 때문에 두세 곱이나 더 괴롭다고 말해야 더욱 알맞으리라

《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행운아》(눈빛,2004) 159쪽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을 덮어두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따위의 기준으로 헤아리는 것은 너무나 과학적이지 못합니다

→ 하늘과 땅만큼 다른 대목을 덮어두고 생물 산소요구량 같은 잣대로 헤아리자면 너무나 과학하고 동떨어집니다

《요시다 도시미찌/홍순명 옮김-잘 먹겠습니다》(그물코,2007) 47쪽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내린 결론은 아주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내린 결론은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내린 결론은 아주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내린 생각은 아주 빈틈없구나 싶었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내린 생각은 아주 그럴싸했습니다

《노경실-엄마 친구 아들》(어린이작가정신,2008) 30쪽


한글이 과학적인 것은

→ 한글이 과학인 까닭은

→ 한글이 빈틈없는 까닭은

→ 한글이 훌륭한 까닭은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2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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