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글쓰기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못 하리라는 법은 없으리라 본다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란, 남을 밉게 보는 마음이 아니라, 바로 내가 나를 밉게 보는 마음일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을 미워하려는 바보스러운 마음이 된다.


  누군가 나를 미워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여기면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수 있을까? 못 하리라는 법은 없으리라 보지만, 누군가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까닭이 있을까? 이와 달리, 누군가 나를 좋아하거나 사랑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까닭도 없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일이란, 언제나 내가 나한테 들려주는 노래를 바라보는 일이다.


  남들이 내 글을 수없이 읽어 주든 안 읽어 주든 대수롭지 않다. 남들이 내 글을 아끼든 모르는 척하든 대단하지 않다. 내가 쓰는 글은 모두 나 스스로 나한테 바치는 글이다. 내가 하는 말은 언제나 내가 나한테 외치는 소리이다. 이리하여, 내가 누군가를 비아냥거리거나 비웃는 투로 글을 쓴다면,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닌 ‘내가 나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리거나 비웃는 셈이다. 모든 글하고 말은 늘 나한테 날아온다.


  글을 쓸 적에 남이나 나를 미워하거나 좋아할 까닭이란 없다. 그저 노래할 뿐이다. 오늘 하루를 노래하고, 내가 걸어가는 길을 노래한다. 내가 짓는 삶을 노래하고, 내가 사랑하는 일과 놀이를 노래한다. 노래하고 꿈꾸기에 글을 쓰거나 말을 한다. 그러니, 어떤 글을 쓰거나 말을 하더라도, 이 글과 말이란 모두 ‘내 삶노래’인 줄 또렷하게 알아야 한다. 4348.8.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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