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고양이 골룸 1
야마자키 마리 지음, sana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528



‘우리 집 광’에서 나고 자라는 고양이

― 아라비아 고양이 골룸 1

 야마자키 마리 글·그림

 sana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3.5.10.



  올여름에도 우리 집 광에서 고양이가 태어났습니다. 해마다 두 차례씩 우리 집 광에서 고양이가 새끼를 낳습니다. 한 번은 겨울을 앞둔 늦가을에 낳고, 한 번은 이른여름이나 늦봄에 낳습니다. 마을고양이나 들고양이라고 해야 할 텐데, 이 아이들은 왜 우리 집 광에서 해마다 두 차례씩 새끼를 낳을까요? 아무래도 먹이가 넉넉하고, 아늑하기도 하며, 땡볕을 긋거나 물을 얻기에 수월한 곳이라고 여기기 때문일까요. 따뜻하거나 포근하다고 여기기 때문일까요.


  올여름에 우리 집 광에서 새끼를 낳은 어미 고양이는 지난해나 지지난해에 우리 집 광에서 태어났던 아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집고양이는 아닌 마을고양이나 들고양이는 꽤 예전부터 우리 집 광이나 마당이나 뒤꼍이 저희 보금자리나 고향일 수 있습니다. 우리 식구가 이 시골집에서 지낸 지는 다섯 해이나, 그에 앞서까지 꽤 오랫동안 빈집이었다 했고, 빈집이기 앞서는 늙은 할매 혼자 살았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마을고양이는 그무렵부터 이곳에서 새끼를 낳았을 수도 있겠지요.



어느 날, 왜 하늘에서 밥이 내리는 걸까요. 궁금한 마음에 올려다보니, 어떤 인간이 높은 건물에서 우리들한테 먹을 걸 던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8∼9쪽)



  야마자키 마리 님이 빚은 만화책 《아라비아 고양이 골룸》(애니북스,2013)을 읽습니다. 둘째 권은 아직 한국말로 안 나오는데, 이 만화책에 나오는 고양이라고 해서 남다른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라비아 고양이’다운 모습을 꼭 바라서 이 만화책을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라비아에서 만나는 고양이한테서 ‘아라비아 모습’을 엿볼 만하지는 않아요.


  어쩌면, 일본사람이 일본에서 고양이를 바라보듯이 아라비아에서도 ‘일본에서 하던 대로’ 바라보았으니, 아라비아다운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겠지요.


  그러면, 나는 어떤 눈길로 우리 집 고양이를 바라보는가 하고 되새겨 봅니다. 도시에서 살던 때하고 시골에서 살던 때에,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얼마나 다른가 하고 되짚어 봅니다.


  도시에서는 빈 그릇에 고양이 사료를 꾸준히 채워 주면서 지냈습니다. 살림돈이 모자라면 고양이 사료를 따로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때에는 다른 이웃집에서 잘 얻어먹겠지 하고 여겼습니다. 시골에서는 밥찌꺼기를 한쪽에 놓습니다. 가시나 뼈다귀가 나올 적에도 한쪽에 놓습니다. 알뜰히 챙기지는 못하지만 못 본 척하며 지내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애교 부리지 않아도, 밤만 되면 우리한테 먹을 걸 던져 주는 인간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거든요. 우리는 하얀 고양이도 아닌데, 그 인간은 그런 걸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요. (14쪽)



  다섯 해 앞서 처음 이 시골집에 깃들던 무렵을 떠올리면, 그무렵에는 천장을 기어다니는 쥐가 꽤 있었습니다. 빈집으로 오래 있던 티를 낸다고 할까요. 그런데, 마을고양이가 하나둘 우리 집 둘레를 어슬렁거리고, 또 우리 집 광에서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서 놀던 때부터 ‘천장을 달리거나 기는 쥐’는 모조리 사라집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람이 따로 먹이를 챙기지 않아도 고양이는 고양이 스스로 먹잇감을 찾습니다. 시골고양이한테는 쥐랑 지네랑 개구리가 맛난 먹이가 되리라 느껴요. 때로는 작은 뱀도 잡아서 먹겠지요.


  지난해 겨울에는 뒤꼍에서 뻣뻣하게 죽은 고양이를 보기도 했습니다. 늙어서 죽은 고양이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남 고흥은 날이 폭하니 겨울이라고 해서 얼어붙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뭔가를 잘못 먹고 죽은 듯했습니다. 마을 이웃집에서는 으레 쥐약을 놓고 농약을 많이 씁니다. 아무래도 쥐약 먹고 헤롱거리는 쥐를 잡아먹다가 목숨을 잃었지 싶은데, 우리 집 뒤꼍 풀숲에 곱게 누웠더군요. 이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입니다. 볕이 잘 드는 뒤꼍 한쪽을 골라서 땅을 판 뒤 가만히 누였습니다.



그 인간은 갑자기 나를 높이 안아올리더니,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어요. 내려놔 달라고 버둥거려 보았지만,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무척 기분 좋아서 나도 모르게 얌전해지고 말았어요. (46쪽)



  만화책 《아라비아 고양이 골룸》을 떠올립니다. 한국사람도 외국사람도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서로 매한가지입니다. 예뻐하는 사람은 어느 곳에서나 예뻐합니다.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미워하거나 싫어합니다. 고양이밥을 챙겨 주고 싶은 사람은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마음을 찬찬히 기울입니다. 고양이 따위는 보기 싫은 사람은 멀쩡한 고양이한테 함부로 돌을 던집니다.


  ‘우리 집 고양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고 ‘우리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고양이’는 평상 밑으로 기어들어 한여름 땡볕을 긋기도 하고, 새끼 고양이는 평상에 올라앉아서 뒹굴며 놀기도 합니다. 어미 고양이가 마당 한복판에 벌렁 드러누워서 새끼 고양이한테 젖을 물리기도 합니다. 앵두나무 밑에 앉아서 풀내음을 맡으며 낮잠을 자기도 하고, 매화나무 옆이라든지 모과나무 옆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합니다.


  곰곰이 헤아려 보니, 우리 집은 농약을 안 치기에 풀개구리나 참개구리가 곳곳에서 노래합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고양이는 틀림없이 쥐하고 개구리를 노리며 나무 둘레에서 낮잠을 자는구나 싶습니다. 때로는 돌울타리에 올라앉아서 ‘나무에서 노래하는 새’를 오래도록 올려다봅니다.


  올겨울을 앞두고도 이 아이들이 새로 새끼를 낳을는지 궁금합니다. 아무쪼록 씩씩하게 우리 집 둘레에서 먹이를 넉넉히 찾으면서 오래오래 튼튼히 살아갈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마을고양이도 들고양이도 모두 우리한테는 이웃이요 동무이니까요. 4348.8.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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