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글은 없다 (표절 작가한테서 배운다)



  2015년에 들어서 ‘표절 작가’ 이름이 크게 오르내린다. 이제껏 이런 일은 드물었다. 표절을 했겠거니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일은 있되, 언제나 어영부영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동안 ‘표절 작가’도 ‘표절 작품을 책으로 내놓은 출판사’도 ‘표절 작품을 추켜세우는 주례사비평을 일삼은 평론가’도 모두 ‘그냥 지나갔’다.


  이들은 그동안 왜 ‘그냥 지나갔’을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이건 아니건 대수롭지 않다. 그냥 쓰면 되고, 덧말을 붙일 까닭이나 붙임말을 달 까닭을 느끼지 않았다.


  쉽게 얻어서 써도 되는 글이 있을까? 그냥 함부로 써도 되는 글이 있을까? 어렵게 얻어서 써도 되는 글이든 쉽게 얻어서 써도 되는 글은 따로 없다. 글삯을 많이 치러서 얻는 글이나 글삯을 안 치러도 되는 글도 따로 없다. 글이라고 하면 모두 똑같은 글이다.


  그다지 도움이 안 되었다고 하는 글이라면, 왜 그런 글을 보았을까? 그리 보탬이 안 되었다고 하는 글이라면, 왜 그런 글에 나오는 줄거리나 이야기를 쏙쏙 빼먹을까?


  사람은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배운다. 어른도 아이한테서 배우고, 아이도 어른한테서 배운다. 유명작가도 무명작가한테서 배우며, 무명작가도 유명작가한테서 배운다. 배우면서 쓰는 글이라면, ‘내가 배울 수 있도록 해 주어 고맙다’는 뜻을 밝히기 마련이다. 배우지 않고 글치레를 하거나 글이름을 날리려고 한다면, ‘배워서 고맙다’는 뜻을 밝히지도 못할 뿐 아니라 ‘글삯(저작권 사용료)’을 치르면서 ‘고맙게 얻어서 쓰겠노라’ 하는 생각조차 못 하기 마련이다.


  나도 빗댐말을 한 가지 들고 싶다.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길에 자동차를 세우고는 몇 시간 동안 볼일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걷는 사람은 아예 아랑곳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거님길’이 거님길인지 모르는 셈이다. 자동차는 거님길이나 찻길 한쪽에 아무렇게나 세워도 된다고 여기는 셈이다. 그러니까, ‘그냥 무단주차’를 하는 셈이다. 이들은 무단주차가 ‘불법’인지 모를 뿐 아니라, 무단주차를 할 적에 벌금을 물어야 하는지 생각조차 안 하고, ‘정식주차’를 하면서 ‘주차비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생각마저 아예 없다. 무단주차를 하면서도 무단주차라는 생각조차 안 하는 사람들하고 표절 작가하고 무엇이 다를까? 4348.7.3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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