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외버스 타고 인천에 내리며 느낀 한 가지



  어제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 이십 분 만에 인천에서 내리며 느낀 한 가지를 적어 본다. 공책에 “풀·흙·꽃·나무·숲·내·들 냄새하고 동떨어진 채 살아온 사람은, ‘도시를 벗어나’서 ‘시골로 접어들’ 무렵 바람결에 묻어 흐르는 냄새와 기운을 어느 만큼 알아채면서 받아들일 만한가?” 하고 적었다.


  모든 바람은 고요히 분다. 우리는 누구나 늘 바람을 마시면서 산다. 사람한테는 돈을 어느 만큼 버느냐가 아니라, 어떤 바람을 늘 마시는가 하는 대목이 가장 대수롭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 한들, 매캐한 바람만 마셔야 한다면 삶이 삶다울 수 없다. 아무리 잘나거나 대단하다는 사람도 바람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면, 곧 숨이 막혀서 죽으니 삶이 덧없다. 바람을 어떻게 마시려 하는가 하는 대목을 읽지 않으면, 참말 하루하루 재미없거나 고단하기 마련이다.


  바람맛이 싱그러운 터전에서 살아야 싱그러운 하루가 된다. 내가 삶을 짓는 보금자리에서 싱그러운 바람이 불도록 나무를 심고 풀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지내는 마을에 싱그러운 바람이 샘솟도록 숲이 자라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이 인문책 말고 숲책을 읽을 수 있기를 빈다. 이를테면, 《농부로 사는 즐거움》 같은 책을 읽으면서 삶과 생각과 꿈과 사랑을 짓는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빈다. 4348.7.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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