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책읽기



  그야말로 몸이 힘들면 벌렁 자빠진다. 눈을 붙이기 앞서 책을 몇 줄 읽기도 한다. 마음에 고요한 숨결로 깃드는 몇 줄을 머릿속으로 가만히 그리면서 살며시 눈을 감으면, 십 분을 눕든 이십 분을 눕든, 다시 눈을 번쩍하고 뜰 적에 온몸이 개운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거나 힘들 적에는 아무것도 안 하면 된다. 굳이 서둘러서 뭘 해야 하지는 않는 삶이다. 꼭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삶도 아니다. 마음이 넉넉할 수 있도록 노래를 부르면서 설거지를 해도 즐겁다. 마음에 따스한 바람이 불 수 있도록 걸레를 빨아서 방바닥을 훔쳐도 기쁘다. 아이들이 읽기 좋도록 꾸민 어여쁜 그림책은 어른들한테도 더없이 예쁘며 사랑스럽기 마련이다. 어린이책뿐 아니라 어른책도 골 아픈 책이 아니라 머리를 촉촉히 적시는 책으로 빚는다면 참으로 아름답겠네 싶다. 감자와 강냉이를 삶는다. 아이들이 맛있는 냄새가 난다면서 기다린다. 4348.7.2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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