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67 별, 깨어나기
하늘을 보면 ‘별’이 있습니다. 무척 멀다 싶은 곳에 별이 있습니다. 별이 얼마나 있는지 숫자를 셀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니, 별이 얼마나 있는지 숫자로 세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별을 볼 뿐이고, 별을 생각할 뿐이며, 별을 마주할 뿐입니다.
먼 옛날에 어떤 사람이 ‘별’이라는 낱말을 처음으로 생각해서 이 이름을 붙였을까요? 영어로 ‘star’라는 낱말은 언제 누가 처음으로 이 이름을 생각했을까요? 영어에서는 ‘star’라는 낱말이 ‘astro’하고 같다 하며, ‘concider’라는 낱말도 ‘별(star)’과 얽힌다고 합니다. 별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가꾸기에 ‘concider’라는 낱말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별을 헤아리다”처럼 말합니다. 옛 시인이 “별을 헤아리며”처럼 말하기도 했지만, 시인이 아닌 여느 아이와 어른 누구나 “별을 헤아린다”고 말합니다. 참말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별을 ‘헤아린다’고 해요. 그러면 ‘헤아리다’는 무슨 뜻일까요? ‘헤아리다’는 ‘헤다’에서 왔고, ‘헤다’는 ‘세다’에서 왔습니다. ‘헤아리다’는 첫째 뜻이 “숫자를 알아보려 하다”입니다. ‘헤아리다’ 둘째 뜻은 “어느 것을 미루어서 생각하다”입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에서나 영어에서나 ‘별·star’는 말밑이나 밑쓰임이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생각’과 ‘셈’과 ‘헤아림’은 모두 같은 말이기 때문에, 한국말에서도 ‘생각하기’란 ‘별을 바라보면서 하늘 흐름을 살핀다’는 소리가 되고, 별을 읽을 줄 알 때에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할 수 있을 때에 ‘삶을 알아보거나 읽는다’고 말할 만합니다.
별을 바라볼 때에 깨어날 수 있습니다. 그저 보면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뭇느낌을 마음에 품지 않은 채 그저 별을 바라보면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 좋음도 나쁨도 아닌 마음으로 별을 바라볼 때에 깨어날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도 따지지 않고, 미움과 싫음과 반가움 같은 마음도 없이, 오로지 고요하면서 차분하고 밝은 마음으로 별을 바라볼 때에 깨어날 수 있습니다.
고요누리가 되는 넋으로 별을 헤아립니다. 어둠도 빛도 아닌 눈길로 별을 헤아립니다. 별을 바라보는 때는 밤(어둠)입니다. 낮에도 틀림없이 별이 저 먼 하늘에 있으나, 햇빛에 우리 눈이 가려지니 별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몸에 달린 눈’이 아닌 ‘마음으로 뜨는 눈’으로 별을 헤아린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밤이나 낮이나, 별빛과 별결과 별살과 별넋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해한테서 빛과 볕과 살이 나오듯이, 별한테도 똑같이 빛과 볕과 살이 있을 테지요. 곧, 지구별에서는 해님이 베푸는 빛과 볕과 살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기운을 북돋웁니다. 다시 말하자면, 지구별에서 다른 수많은 뭇별이 베푸는 빛과 볕과 살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깨어난다는 뜻입니다.
별을 헤아리기에, 우리가 이 몸으로 선 지구별을 제대로 헤아립니다. 별을 헤아리지 않기에, 우리는 우리 몸도 제대로 못 헤아리고, 지구별도 제대로 안 헤아립니다. 지구별도 똑같은 별이기에, 온별누리에 있는 가없는 별을 헤아리는 넋으로 지구별을 헤아려야 나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나와 마주한 너를 제대로 바라봅니다.
별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몇 가지 지식이나 철학이나 학문이나 종교는 거머쥘는지 모르나, 별을 모르니 삶을 모르고 사랑을 모르며 꿈을 모르지요. 천문학만 되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점성술만 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학學(굳은 철학)’이나 ‘-술術(굳은 재주)’에서 그치지 말고, ‘열린 배움’과 ‘트인 손길’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서로 기쁘게 배울 때에 배움입니다. 누구한테서나 배울 때에 배움입니다. 어디에서나 지을 때에 손길입니다. 언제라도 지을 때에 손길입니다.
지구별과 가까이 있는 달과 해와 ‘해누리(태양계)’에 있는 모든 별부터 제대로 차근차근 헤아리면서, 우리는 나를 이루는 ‘조각(별 조각)’을 살필 수 있습니다. 내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도 ‘별’입니다. 온별누리에 있는 별은 별 하나하나가 모여서 온별누리(은하계)를 이루고, 내 몸을 이루는 세포는, 세포 하나하나가 모여서 ‘내 몸이 됩’니다. 별이 곧 삶이고, 별이 곧 목숨이며, 별이 곧 꿈이자 사랑입니다. 4348.3.17.불.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