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1. 살그마니 손짓



  만화책을 넘기는 손이 고요합니다. 칸마다 흐르는 이야기에 푹 사로잡힙니다. 아주 작은 몸짓조차 없이 바람조차 잠드는데, 문득 한손이 움직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흐르도록 천천히 한 쪽을 넘깁니다. 한손은 책을 쥐고, 다른 한손은 살그마니 움직입니다. 새로운 쪽을 넘길 적에만 바람이 다시 불고, 새로운 쪽으로 넘어가고 나면 손짓도 사그라들고 바람도 숨을 죽입니다. 두 눈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는 마음으로 스며들고, 이동안 둘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하나도 못 알아채거나 안 느낍니다. 책순이를 지켜보다가 내 어릴 적 모습을 돌아봅니다. 4348.7.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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