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5) 푸르른 (푸르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은

→ 눈이 부시게 짙푸른 날은

→ 눈이 부시게 푸르디푸른 날은



  ‘푸르다’라는 낱말은 ‘푸른’처럼 적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이 가운데 ‘푸른’이 아닌 ‘푸르른’이라 쓴 사람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푸르른’ 같은 글을 쓰지 않았으면, 또 이러한 글이 널리 퍼지지 않았으면, 오늘날처럼 ‘푸르른’ 같은 말투가 널리 퍼졌을는지 궁금합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솔아 솔아 푸른 솔아

→ 솔아 솔아 짙푸른 솔아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 저 들에 푸른 솔잎을 보라

→ 저 들에 짙푸른 솔잎을 보라


  글에서 나타난 ‘푸르른’은 모두 노랫말로 자리를 옮깁니다. 노래를 듣거나 부르는 이들은 ‘푸르른’을 아무렇지 않게 여깁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푸르른’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푸르른’이라 하지만, 훨씬 많은 사람이 ‘푸른’이라고 씁니다.


  ‘푸르른’으로 적어야 노래하는 맛이 산다고도 할 테지만, 한국말에도 긴소리와 짧은소리가 있어요. 그래서 노래를 할 적에는 ‘푸르른’이 아닌 ‘푸르은’처럼 소리를 냅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은’ 날은”이나 “솔아 솔아 ‘푸르은’ 솔아”나 “저 들에 ‘푸르은’ 솔잎을 보라”처럼 소리를 내야 올바릅니다. 다만, ‘푸르은’처럼 소리를 내더라도, 글로 적을 적에는 ‘푸른’입니다. 4348.6.29.달.ㅅㄴㄹ



거기는 푸르른 풀밭 … 그 개는 무리에서 벗어나 달리기 시작해. 푸르른 풀밭 위를 다리가 엉길 만큼

→ 거기는 푸른 풀밭 … 그 개는 무리에서 벗어나 달려. 푸른 풀밭을 다리가 엉길 만큼

《이토 히로미/노경아 옮김-오늘 하루》(보누스,2015) 54, 55쪽


하늘은 날마다 맑고 푸르러요

→ 하늘은 날마다 맑고 파라요

《오이시 마코토/햇살과나무꾼 옮김-장화가 나빠》(논장,2005) 50쪽


※ 하늘빛은 ‘푸른 빛깔’이 아닌 ‘파란 빛깔’입니다. ‘누르다’라는 낱말을 놓고 ‘누르르다’처럼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푸르다’라는 낱말만 놓고 자꾸 ‘푸르르다’처럼 잘못 쓰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한국말은 빛깔말을 재미나게 살리면서 말맛이나 말멋을 키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붉다’를 놓고 ‘불그레하다’라든지 ‘불그스름하다’라든지 ‘불그죽죽하다’처럼 살짝살짝 느낌을 바꿉니다. ‘푸르르다’도 이런 얼거리로 보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푸르다’는 ‘푸르스름하다’나 ‘푸르죽죽하다’나 ‘푸르뎅뎅하다’처럼 말꼴을 바꿉니다. 말놀이를 하려고 ‘푸르르르하다’처럼 일부러 늘여서 쓰는 자리가 아니라면 ‘푸르다·푸른’으로 적고, ‘누르다·누른’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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