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94) 장려
외국에서는 지금 쌀 먹기를 장려하는 ‘쌀 축제’를 벌이는 중이다
《정혜경-밥의 인문학》(따비,2015) 21쪽
장려(壯麗) : 웅장하고 화려함
장려(長欐) : [건설] 도리 밑에서 도리를 받치고 있는 길고 모진 나무
장려(奬勵) :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줌
- 적극 장려되고 있는 건축 양식 / 저축을 장려하다 / 학문을 장려하다
장려(瘴癘) : [한의학] 기후가 덥고 습한 지방에서 생기는 유행성 열병이나 학질
쌀 먹기를 장려하는
→ 쌀 먹기를 북돋우는
→ 쌀을 먹으라고 하는
→ 쌀을 먹도록 이끌려는
→ 쌀을 널리 알리려는
…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네 가지 ‘장려’가 나오지만, 이 가운데 세 가지 장려는 쓸 일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네 가지 가운데 제법 쓴다고 할 만한 ‘奬勵’라는 한자말은 ‘북돋아 줌’을 뜻합니다. 그러니, 한국말은 ‘북돋다’요,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장려하다’인 셈입니다.
쌀을 먹도록 북돋운다고 하면, 쌀을 먹도록 이끈다는 뜻이요, 쌀을 널리 알린다는 얘기입니다. 쌀을 먹으라고 하는 일이며, 쌀 먹기를 부추긴다는 소리입니다. 4348.6.25.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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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는 요새 쌀 먹기를 북돋우는 ‘쌀잔치’를 벌인다
‘외국(外國)’은 ‘다른 나라’로 손보고, ‘지금(只今)’은 ‘요새’로 손봅니다. ‘축제(祝祭)’는 ‘잔치’로 손질하고, “벌이는 중(中)이다”는 “벌인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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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98) 음조
땅벌이 검은딸기 사이에서 훨훨 날아가며 낮은 음조로 가락을 읊조렸고
《C.W.니콜/서혜숙 옮김-벌거숭이 왕자 덜신》(논장,2006) 250쪽
음조(音調)
1. 소리의 높낮이와 강약, 빠르고 느린 것 따위의 정도
2. [문학] 시문(詩文)에서, 소리의 높낮이나 강약, 장단 따위의 어울림
3. [음악] 음높이의 정확하고 순수한 정도
4. [음악] 음의 높낮이와 길이의 어울림
낮은 음조로 가락을 읊조렸고
→ 낮은 가락을 읊조렸고
한국말사전에서 ‘가락’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1. 목소리의 높낮이나 길이를 통해 느껴지는 말의 기운 2. = 곡조 3. [음악] 소리의 높낮이가 길이나 리듬과 어울려 나타나는 음의 흐름”으로 풀이합니다. ‘리듬(rhythm)’이라는 영어를 찾아보면, “1. [음악] 음의 장단이나 강약 따위가 반복될 때의 그 규칙적인 음의 흐름 2.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되는 움직임을 이르는 말. ‘박자감’, ‘흐름’, ‘흐름새’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한자말로는 ‘음조’요, 한국말로는 ‘가락’이며, 영어로는 ‘리듬’인 셈입니다. 게다가 ‘리듬’을 ‘흐름’으로 고쳐쓰라고 하는데, ‘가락’이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리듬과 어울려 나타나는 음의 흐름”처럼 풀이하니, 무척 엉성한 겹말입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낮은 음조로 가락을 읊조렸고”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낮은 가락으로 가락을 읊조렸고”인 셈인데, 이와 같이 글을 쓰고도 얄궂다고 느끼지 못했을까요? 4348.6.2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