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변신쟁이 과학 그림동화 25
나가사와 마사코 글.그림, 권남희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41



푸른 잎이 싱그럽고, 노란 잎이 곱다

― 나무는 변신쟁이

 나가사와 마사코 글·그림

 권남희 옮김

 비룡소 펴냄, 2011.4.29.



  마루문을 열고 마당에 내려서니, 다섯 살 작은아이가 아버지를 부릅니다. “어디 가?” “응? 우리 나무한테.” “그래?” 마당에 서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와 초피나무를 바라봅니다. 두 팔을 치켜들면서 춤을 추듯이 뒤꼍으로 올라갑니다. 감나무와 무화과나무가 먼저 반기고, 모과나무와 매화나무가 곁에서 한들거립니다. 바람이 후 불면서 짙푸른 나뭇잎이 찰랑거립니다. 바람 따라 나뭇잎이 찰랑이는 소리는 마치 바닷물이 찰랑이는 소리와 같습니다.


  풀숲을 헤치면서 뒤꼍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작은아이가 세발자전거를 밀면서 올라옵니다. 작은아이는 세발자전거를 밀면서 풀숲을 헤칩니다. “나무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니? 나무가 우리더러 시원한 바람을 쐬라고 얘기하네.” 여름이 무르익으면서 나무그늘은 더욱 시원하면서 싱그럽습니다. 여름이 깊어갈수록 나뭇잎은 더욱 짙푸르게 거듭날 테고, 우리는 나뭇잎이 베푸는 바람을 더 반가이 맞아들입니다.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어요. 작은 나무가 큰 나무를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할아버지는 나뭇잎이 조그마하네요.” “으응, 그렇지. 아직은 작단다.” (2쪽)



  일본에서 “푸른 잎이랑 노란 잎”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이 2011년에 《나무는 변신쟁이》(비룡소)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습니다. 다른 많은 그림책은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넘기는 얼거리인데, 《나무는 변신쟁이》는 위로 들추면서 넘기는 얼거리입니다.




여름이 되었어요. 해님은 반짝반짝, 바람은 솨솨 쏴쏴. 큰 나무가 사락사락 흔들려요. (6쪽)



  그림책 《나무는 변신쟁이》를 보면, 두 그루 나무가 나옵니다. 한 그루는 커다랗고, 다른 한 그루는 조그맣습니다. 한 그루는 봄날에 아직 잎이 돋지 않고 앙상한 가지요, 다른 한 그루는 봄날에 짙푸른 잎이 가득한 나무입니다.


  여름이 되니, 커다란 나무는 온통 짙푸른 잎이 물결을 칩니다. 바람 따라 푸른 잎이 나풀나풀 사락사락 춤을 춥니다. 커다란 나무가 여름에 드리우는 그늘은 대단히 시원합니다. 한낮에도 큰나무 그늘에 앉거나 서거나 누우면 몹시 시원하지요. 숲이나 골짜기에서 나무그늘에 깃들면, 시원하다 못해 으슬으슬 춥기까지 합니다.


  나무그늘이란 참으로 놀랍지요. 햇볕이 아무리 쨍쨍 내리쬐더라도 그늘 밑에서는 ‘딴 나라’입니다. 비가 거세게 몰아쳐도 큰나무 밑에 서면 이럭저럭 비를 그을 만합니다.




나뭇잎이 차츰 거세졌어요. “할아버지, 나뭇잎들이 팔랑팔랑 춤추며 떨어져요. 우와, 제가 노란 모자를 썼네요.” “오냐, 아주 잘 어울리는구나.” (13쪽)



  그림책에 나오는 나무 두 그루 가운데 하나는 가을에 “노란 잎”으로 거듭납니다. 다른 한 그루는 봄에도 가을에도, 또 여름에도 겨울에도 언제나 “푸른 잎”입니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도 이쯤이면 한 그루가 어떤 나무인지 어림할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지만, 도시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을 노란 잎” 나무는 바로 은행나무예요.


  그러면, 다른 한 그루는 어떤 나무일까요? 다른 한 그루는 큰나무 곁에서 빙그레 웃으면서 수수께끼를 내듯이 속삭입니다. 아직 가르쳐 줄 수 없는 기쁜 일이 겨울에 작은나무한테 찾아옵니다. 큰나무는 이제 겨울잠을 잘 무렵이지만, 작은나무는 겨울을 맞이해서 한껏 눈부시게 거듭나려고 합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어요. 날씨가 차츰 더 추워졌어요. “오호, 꼬마야. 네 얼굴을 보아하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아직은 비밀이에요. 우후후.” (16쪽)



  그림책에 나오는 다른 한 그루는 동백나무입니다. 그래서 한겨울부터 꽃을 터뜨립니다. 하얗게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가득 맞으면서도 새빨간 꽃을 곱게 터뜨려요. 우람하게 커다란 은행나무는 어리고 작은 동백나무가 한겨울에 빨간 꽃을 피운 모습을 기쁜 웃음으로 바라보면서 잠이 듭니다. 작은 동백나무는 한겨울에도 씩씩하고 튼튼하게 새하고 노래합니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멧새를 부릅니다. 철 따라 따순 고장으로 떠나지 않고 마을이나 숲에 남는 텃새를 부릅니다. 새들더러 동백꽃 꿀을 먹으라고 부릅니다.


  “노란 잎”이 가을에 눈부신 은행나무는 노랗게 피어나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푸른 잎”이 네 철 고스란히 어여쁜 동백나무는 한겨울에 빨갛게 피어나는 노래를 베풉니다. 두 나무는 사이좋게 숲을 이룹니다. 두 나무 둘레에서 수많은 목숨이 아름답게 삶을 짓습니다.


  온갖 나무가 어우러져서 숲과 들과 마을과 보금자리가 아름답습니다. 갖가지 나무가 함께 자라면서 숲에도 들에도 마을에도 보금자리에도 사랑스러운 노래가 흐릅니다. 나무가 있어서 푸른 바람이 붑니다. 나뭇잎이 노랗게 바뀌면서 노란 바람이 붑니다. 나무에서 빨간 꽃이 소담스레 피면서 빨간 바람이 붑니다. 그리고, 겨우내 흰눈을 소복소복 머리에 이면서 하얀 바람이 붑니다. 나무에서 비롯하는 바람을 먹으면서 다 같이 싱그럽게 깨어납니다. 4348.6.1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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