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218 : 유현幽玄
다니자키가 말하는 어둠은 야만의 상징으로서의 어둠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어둠은 동양적 유현幽玄의 세계로서의 어둠이다
《최범-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안그라픽스,2015) 80쪽
유현(幽玄) : 이치나 아취(雅趣)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그윽하며 미묘함
동양적 유현幽玄의 세계로서의 어둠
→ 동양다운 그윽한 세계를 보여주는 어둠
→ 동양에서 그윽한 곳을 나타내는 어둠
→ 동양에서 그윽함을 그리는 어둠
→ 동양다운 그윽한 어둠
…
한국말 ‘그윽하다’는 “깊숙하여 아늑하고 고요하다”를 뜻합니다. 그러니, 한자말 ‘유현’을 풀이하면서 “깊고 그윽하며”처럼 적으면 겹말이 돼요. ‘유현’을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은 ‘아취(雅趣)’라는 한자말을 빌기도 합니다. ‘아취(雅趣)’는 “고아한 정취”를 뜻한답니다. ‘고아(高雅)’는 “뜻이나 품격 따위가 높고 우아함”을 뜻한다 하고, ‘우아(優雅)’는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다움”을 뜻한다 하며, ‘고상(高尙)’은 “품위나 몸가짐이 속되지 아니하고 훌륭함”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고상 = 훌륭함’이요, ‘우아 = 훌륭한 아름다움’이며, ‘고아 = 높고 훌륭히 아름다움’입니다. ‘아취’라고 한다면, 높고 훌륭히 아름다운 느낌을 가리키는 셈이겠지요.
그러면, ‘유현’이라는 한자말은 얼마나 쓸 만할까요? ‘幽玄’이라 적거나 ‘유현(幽玄)’이라 적는들, 이 한자말이 밝히려는 뜻이 제대로 드러날까요? “으스름달이 유현한 창공에 걸려 있다”와 같은 글을 쓰면 어떤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으스름달이 그윽한 하늘에 걸렸다”와 같이 글을 쓰기는 어려울까요? 4348.6.15.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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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가 말하는 어둠은 야만을 상징하는 어둠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어둠은 동양에서 그윽한 곳을 그리는 어둠이다
“야만의 상징으로서의 어둠”은 “야만을 상징하는 어둠”으로 다듬고, ‘동양적’은 ‘동양다운’이나 ‘동양에서’로 다듬으며, “세계로서의 어둠이다”는 “세계를 그리는 어둠이다”나 “세계를 나타내는 어둠이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