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내 손에 쥐든



  어떤 책을 내 손에 쥐든, 내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다르게 읽는다. 어떤 책을 내 손에 잡든, 내 생각이 어떻게 흐르는가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인다. 꼭 어떤 책을 읽어야 하지 않다. 꼭 어떤 책으로 배워야 하지 않다. 모든 책에는 저마다 이야기가 있기에, 이 이야기를 오롯이 받아들여서 내 삶을 새롭게 가꾸는 힘, 바로 슬기를 북돋울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책을 손에 쥐어서 읽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일으켜서 기쁘게 생각을 살찌우지 않는다면, 책읽기가 아름다운 길로 나아가기란 참으로 힘들다.


  마음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책이 곁에 있더라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이 훌륭한 책에 깃든 이야기를 제대로 받아먹지 못한다. 생각을 슬기롭게 세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랑스러운 책이 둘레에 있더라도 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이 사랑스러운 책에 흐르는 이야기를 올바로 헤아리지 못한다. 꿈을 기쁘게 키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놀랍고 멋지며 알찬 책이 코앞에 있더라도 귀찮아 하거나 성가셔 하거나 번거로워 할 뿐이다.


  마음이 고운 사람이 모든 책을 고운 숨결로 어루만진다. 마음이 착한 사람이 모든 책을 착한 눈빛으로 밝힌다. 마음이 너른 사람이 모든 책을 너른 넋으로 어깨동무한다. 마음이 환한 사람이 모든 책을 즐거운 노래로 북돋운다. 4348.6.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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