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걱정하는 책읽기



  어젯밤 잠자리에 들 적에 큰아이가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고 한다. 작은아이는 모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잔다. 큰아이더러 “모기가 물건 말건 그냥 가만히 있어. 그래야 잡지.” 하고 말하지만 자꾸 움찔거린다. 가만히 있어야 모기가 날갯짓을 풀면서 내려앉으니 그때에 잡을 텐데, 큰아이가 움찔거리니 모기는 다시 잰 날갯짓으로 요리조리 움직인다.


  모기를 잡을 적에는 한팔을 훤히 내놓아야 한다. 한팔을 척하고 내놓아 모기더러 ‘자, 이리 와서 먹을 테면 먹어.’ 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기가 한팔에 척 내려앉아서 날갯짓을 멈추고 주둥이를 내밀려고 할 적에, 또는 주둥이를 팔뚝에 콕 박을 적에, 다른 한팔을 신나게 휘둘러서 철썩 때려서 잡으면 된다.


  큰아이더러 “벼리야, 아버지는 민소매옷에 반바지를 입어서 팔다리가 훤히 드러나니까, 모기가 물어도 아버지를 물지 너를 안 물어. 보라는 잘 자네. 너도 잘 자렴. 모기가 아버지를 물면 그때에 잡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라.” 하고 이른다.


  새벽에 일어나고 보니 모기는 아무도 안 문 듯하다. 걱정하면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못 한다. 이를테면, 어려운 책을 어떻게 읽느냐고 걱정하면 죽어도 못 읽는다.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느냐고 걱정하면 이때에도 그만 못 읽는다. 그냥 읽으면 다 된다. 4348.6.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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