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우기’가 힘든 그대한테



  아이들하고 살아온 지 올해로 여덟 해이다. 그러니까 큰아이가 여덟 살이라는 뜻이다. 올해가 지나면 큰아이는 아홉 살도 되고 열 살도 되며, 스무 살이나 마흔 살도 되리라 본다. 아무튼, 지난 여덟 해 동안 틈틈이 ‘육아일기’라는 글을 썼다. 이 육아일기를 본 이웃은 더러 나한테 묻는다. “아이키우기 힘들지 않으세요?”


  나는 이제껏 이런 물음에 “안 힘들어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라든지 “힘들다면 힘들고, 안 힘들다면 안 힘들어요.” “힘들 때도 있구나 싶지만, 힘들 때에도 언제나 아이들한테서 배우며 즐거워요.”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말이 하나도 안 나왔다. 이제 이런 말로는 대꾸할 수 없다고 느꼈다.


  “‘아이키우기’가 힘들다면, 아이하고 함께 사는 나날이 힘들다는 뜻인데, 아이한테 도무지 못 할 말이지 않을까 싶어요. 말이 될 수도 없고요. 저는 아이들과 살며 이 아이들이 나한테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같은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다시 말하자면, 아이가 ‘어버이인 나와 곁님’한테 찾아와서 보내는 하루는 그야말로 기쁨이요 선물이고 사랑인데, 기쁨이 힘들다거나 선물이 힘들다거나 사랑이 힘들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온누리 어떤 기쁨이나 선물이나 사랑이 힘들까? 기쁨이나 선물이나 사랑이 참다운 기쁨이나 선물이나 사랑이라면 힘들 수 있을까? ‘힘든 기쁨’이나 ‘힘든 선물’이나 ‘힘든 사랑’이 있을까?


  기쁨은 오로지 기쁨이요, 선물은 오직 선물이며, 사랑은 바로 사랑이다. 다른 어떤 꾸밈말도 앞뒤에 붙일 수 없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돌아다니자면 ‘힘을 많이 써야’ 한다. 몸을 움직여야 하니까 ‘힘을 많이 쏟아야’ 비로소 짐을 짊어지거나 자전거를 몰 수 있다. 그러나, ‘힘을 많이 쓴다’고 할 뿐 ‘힘이 많이 든다’고 할 수 없다. 참말 나는 지난 여덟 해 동안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힘을 쓴다’고 생각했다.


  이리하여, 이제부터 새롭게 생각을 가슴에 품기로 한다. 지난 여덟 해는 ‘힘쓰기’ 또는 ‘용쓰기’ 또는 ‘애쓰기’로 하루하루 살았다면, 앞으로 누릴 새로운 해에는 ‘오로지 기쁨’하고 ‘오직 선물’이랑 ‘바로 사랑’ 이 세 가지를 찬찬히 헤아리면서 품기로 한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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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5-30 23:36   좋아요 0 | URL
저한테 가르침이 되는 글이네요.

숲노래 2015-05-30 23:58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언제나 기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