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 물리는 책읽기



  모기에 물린 뒤 두 가지 몸짓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첫째, 모기약을 바릅니다. 둘째, 모기약을 안 바릅니다. 모기약을 바를 적에도 두 가지 몸짓을 보여줄 만합니다. 첫째, 호들갑을 떨면서 바릅니다. 둘째, 차분히 바릅니다. 모기약을 안 바를 적에도 두 가지 몸짓을 보여줍니다. 첫째, 모기에 물리거나 말거나 느끼지 않으며, 하나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둘째, 모기에 물린 줄 느끼거나 모기에 물린 자리를 바라보면서 ‘아, 물렸구나’ 하고 생각하다가는 ‘곧 다 아물지’ 하고 말한 다음 잊습니다.


  나는 모기에 물리기도 하고 안 물리기도 합니다. 나는 모기에 물린 뒤에 모기약을 안 바릅니다. 여느 때에 미리 모기약을 몸에 뿌리는 일조차 없고, 집에 모기향도 모기약마저 없습니다. 처음부터 모기는 아예 생각하지 않으니 모기에 물리는 일이 드물고, 모기에 물리더라도 부은 자리는 이내 사라집니다.


  바보스러운 책을 읽기에 바보가 되지 않습니다. 바보스러운 곳에 있기에 바보가 될 까닭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책을 읽기에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곳에 있기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지 않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 바보스럽게 뒹굴기도 하고, 아름답게 깨어나기도 합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우리 손에 쥐는 책을 사뭇 다르거나 새롭게 맞아들여서 읽습니다. 4348.5.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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