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33. 걷는 학교
우리 집은 ‘걷는 집’이다. 바깥살림을 거느리는 아버지가 ‘자가용 모는 살림’으로 나아가지 않으니, 어디를 가든 두 다리로 걷기 마련인데, 자가용을 몰지 않아서 걷는다기보다, 두 다리로 걸을 적에 온누리를 마음과 몸으로 한결 깊고 넓게 누릴 수 있다고 여겨서 ‘걷는 집’이다. 큰아이도 걸음마를 뗀 뒤부터 참으로 오래 걷고, 작은아이도 걸음마를 익힌 뒤부터 더없이 많이 걷는다. 어버이도 아이도 걸으면서 산다. 우리 걸음걸이로 이 땅을 디딘다. 우리가 걷는 길이 고스란히 삶으로 거듭난다. 발바닥으로 지구별을 느끼고, 손바닥으로 하늘바람을 느낀다. 몸으로 흙을 느끼고, 마음으로 숲을 느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걷는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