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와 피아노 지식 다다익선 4
마르코 짐자 지음, 빈프리트 오프게누르트 그림, 배정희 옮김, 엄태국 / 비룡소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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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1



아이는 모두 노래를 사랑하는 숨결

― 티나와 피아노

 마르코 짐자 글

 빈프리트 오프게누르트 그림

 배정희 옮김

 비룡소 펴냄, 2006.6.24.



  아이는 모두 노래를 사랑합니다. 어른이 노래를 들려주면 아주 좋아하고, 아이 스스로 노래를 즐겁게 부릅니다. 어른이 가르치는 노래를 기쁘게 배우고, 아이 나름대로 새로운 가락을 짓고 노랫말을 붙여서 부릅니다.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는 자동차 구르는 소리도 노랫소리로 듣고, 구름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나뭇잎이 바람에 팔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까르르 웃습니다.


  아이는 두 발을 콩콩 바닥에 굴리면서 노랫가락을 짓습니다. 어른이라면 두 손에 채를 집어서 북을 치겠지만, 아이는 온몸을 악기로 삼아서 땅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눈부시게 춤을 춥니다.




.. 삼촌은 티나가 피아노를 배우려면 우선 피아노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티나에게 아름다운 곡들을 피아노로 자주 연주해 주었지요 ..  (2쪽)



  마르코 짐자 님이 글을 쓰고, 빈프리트 오프게누르트 님이 그림을 그린 《티나와 피아노》(비룡소,2006)를 읽습니다. ‘티나’ 이야기는 《티나와 오케스트라》하고 《티나와 리코더》가 함께 나왔습니다. 티나라는 아이는 오케스트라 연주자이자 피아노를 치는 삼촌한테서 피아노를 배우고, 오케스트라 무대를 만나며, 리코더를 어떻게 아끼면서 즐기는가 하는 대목을 함께 배웁니다. 그림책을 쓰고 그린 두 사람은 아이들이 악기를 따사로이 아끼는 마음결로 ‘노래를 사랑하는 숨결’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단한 연주자가 배우거나 선보이는 노래가 아니고, 예술가로 자라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삶을 밝히는 노래가 되면서, 아이들 가슴에 맑은 이야기가 흐르기를 바랍니다.




.. 집에 돌아온 티나는 첫 시간에 배운 것을 엄마에게 모두 보여주었어요. 이제 가락짓기 숙제를 해야 해요. 티나는 아주 천천히, 한 음 한 음씩 피아노를 치며 가락을 만들었어요. 다 만든 뒤에는 처음부터 다시 쳐 보았지요 ..  (7쪽)



  아이가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면 ‘피아노 연주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결을 한결같이 건사하면서 곱게 다스리도록 북돋우려는 뜻에서 피아노를 가르칩니다. 아이가 어릴 적에 골프나 테니스나 바둑을 가르쳐서 ‘신동’이 되도록 할 까닭이 없어요. 아이는 1등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대회에 나가서 으뜸상을 거머쥐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켜면서 마음을 환하고 맑게 가꿀 수 있으면 됩니다.


  이렇게 노래를 즐기고 춤을 누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이는 튼튼하게 자라요. 튼튼하게 자라는 아이는 씩씩한 어른이 되고, 씩씩한 어른은 고운 사랑으로 짝을 찾고 곁님을 사귀면서 아이를 새롭게 낳아, 다시금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 티나는 두 번째 곡을 치기 시작했어요. 티나의 피아노 소리는 꽤 듣기 좋아졌어요. 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한층 더 풍부하게 울렸어요. 테오 삼촌이 피아노를 같이 치기 시작한 거예요. 삼촌은 티나가 무슨 곡을 치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 곡에 어울리는 가락을 지어내서 연주했어요 ..  (17쪽)



  노래가 있는 삶과 노래가 없는 삶을 헤아려 봅니다. 노래가 있는 삶에는 웃음이 있습니다. 노래가 없는 삶에는 웃음이 없습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똑같이 되풀이되는 노래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스스로 기쁘게 부르는 노래일 때에 웃음이 있고, 이야기가 자랍니다.


  예부터 지구별 어디에서나 누구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어요. 들에서 들일을 하며 들노래를 부릅니다. 들노래를 부르며 일하다가 허리를 펴면서 쉬고, 허리를 펴면서 쉴 적에 샛밥을 먹고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춥니다.


  누가 가르쳐 준 춤이 아닙니다. 학교나 학원에 다녀서 익힌 노래가 아닙니다. 들녘에서 들을 가꾸면서 들바람을 쐬는 사이에 저절로 익힌 춤입니다. 들판에서 들을 품으면서 들내음을 맡는 동안 시나브로 배운 노래입니다.


  일노래(노동요, 전래민요)는 모두 들노래입니다. 들노래는 바람노래입니다. 바람노래는 하늘노래입니다. 하늘노래는 삶노래입니다. 삶노래는 사랑노래입니다. 일하며 부르는 일노래는 집에서도 집노래가 되고, 밥을 짓다가 바느질을 하다가 빨래를 하다가 아기한테 젖을 물리다가 물레를 잣다가 절구를 돌리다가 흥얼흥얼 노래가 흐릅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곁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노래를 익혔고, 아이들은 저희끼리 고샅이나 골목에서 온갖 놀이를 하면서 새롭게 노래를 짓습니다.




.. “오늘 정말 잘했어.” “아이, 중간에 실수도 했는걸요!” “그럴 수도 있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열심히만 한다면, 너는 앞으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야.” ..  (24쪽)



  그림책 《티나와 피아노》를 새롭게 읽습니다. 아이들하고 나란히 읽습니다. 우리 집에 놓은 피아노를 떠올리면서 읽습니다. 두멧시골에 깃든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도 학교도 다니지 않습니다. 집에는 피아노 교본을 두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오직 저희 마음결과 손놀림에 따라 가락을 스스로 느껴서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어떤 틀에 맞추어서 빼어난 솜씨를 보여주려는 피아노가 아니라, 아이들 나름대로 즐겁게 건반을 두들기면서 스스로 찾아서 나누는 노래가 흐르는 피아노가 됩니다.


  아이는 모두 노래를 사랑하는 숨결입니다. 나는 오늘 이곳에 어른으로 있습니다. 나도 예전에 아이였을 적에 노래를 사랑하는 숨결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학교를 열두 해 다니면서 음악 수업을 받을 적에는 ‘노래바보’라면서 늘 놀림을 받으며 주눅이 들었는데, 오늘 이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날마다 노래를 부르면서 노니, 아이들은 “아버지 노래 잘 하는데?” 하면서 “노래 더 불러 주셔요!” 하고 종알종알 매달립니다.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노래를 사랑하는 넋입니다. 노래바보란 없습니다. 누구나 일하거나 놀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밥을 지으면서 노래를 하고, 자전거를 달리면서 노래를 합니다. 길을 걸으면서 노래를 하고, 책을 읽다가도, 잠자리에 누우면서도, 늘 즐겁게 노래를 합니다. 그림책 《티나와 피아노》를 읽는 지구별 모든 아이와 어른이 가슴속에 ‘사랑 어린 바람가락’을 품으면서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8.5.1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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