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못하고는 없는데



  아이들이 놀다가 다투든, 아이들이 놀면서 노래하든, 잘못하거나 잘하고는 없다. 그런데 이를 으레 잊는다. 왜 잊을까? 아이들과 촛불보기를 하면서 한 아이씩 재운다. 곰곰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나 스스로 내가 아이들하고 ‘잘하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적에 언제나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다그치는 말이 나오는구나 싶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잘하는 일’이라거나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여길 까닭이 없다. 그저 ‘아이들하고 함께 이곳에서 살며 같이 나누는 숨결’인 줄 느끼면서 맞아들이면 된다. 두 아이는 모두 잔다. 어쩌면 큰아이는 자는 척하다가 살그머니 일어날 수 있다. 깊이 잠들었기에 낮잠을 잘 자려 하면서 예쁜 아이가 아니요, 살풋 잠들려 하다가 일어나기에 안 예쁜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늘 온갖 모습으로 어버이를 일깨운다. 이러면서 아이도 아이 스스로 배운다. 함께 살기에 함께 가르치고, 함께 사랑하기에 함께 배운다. 4348.5.1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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