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88) 소원


만약 그때 내가 옛 숙모를 정화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소원해져 버린 관계였다면

《타이라 아이린/김남미 옮김-들어 봐요 호오포노포노》(판미동,2015) 125쪽


 소원해져 버린

→ 멀어져 버린

→ 서먹서먹해져 버린

→ 남남이 되어 버린

 …



  한국말사전에서 ‘소원’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열 가지가 나오며, 모두 한자말입니다. 이 가운데 ‘小圓’은 “작은 동그라미”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아마 “큰 동그라미”는 ‘大圓’이라고 하겠지요. ‘동그라미’는 네 글자이고 ‘원’은 한 글자이니, 글잣수가 적은 ‘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말로도 ‘작은동그라미·큰동그라미’처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小園’은 “작은 정원이나 밭”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런 낱말을 쓸 사람이 있을까요? 작은 뜰이나 밭이라면 ‘작은뜰·작은밭’처럼 쓰면 됩니다. 한 낱말로 삼아도 되고, 띄어서 ‘작은 뜰·작은 밭’으로 써도 됩니다. 연구소나 출장소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所員’이라고 한다는데,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소원’이라는 말을 굳이 쓰기보다 ‘일꾼’이라고 하면 됩니다. “연구소 일꾼”이나 “출장소 일꾼”이라고 하면 됩니다.


 소원 성취

→ 꿈 이루기

→ 바라던 대로 이루기

 소원대로 해 주다

→ 바란 대로 해 주다

→ 꿈대로 해 주다

 소원을 들어주다

→ 바람을 들어주다

→ 꿈을 들어주다

 통일을 소원하다

→ 통일을 바라다

→ 통일을 빌다


  ‘所願’은 “바라고 원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한자말은 널리 씁니다. 아이도 쓰고 어른도 씁니다. 다만, ‘소원’이라고만 말하지, 어떤 한자를 쓰는지 아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바라고 원함”을 뜻한다고 적은 풀이말을 더 헤아립니다. ‘원(願)하다’를 찾아보면 “소원하다”를 뜻한다고 나와요. 그러니까, 한국말사전에서 ‘소원’을 다룬 풀이말 “바라고 원함”은 “바라고 소원함” 꼴이 되고, “바라고 바라고 원함”이 되며, 다시 “바라고 바라고 소원함” 꼴이 되어, 끝없는 겹말인 셈입니다.


  오늘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원하다’와 ‘원하다’ 같은 말을 쓰지만, 정작 이 낱말은 똑같은 뜻인 셈이며, 깊이 헤아리자면 한국말 ‘바라다’를 한자를 입혀서 쓰는 얼거리입니다.


  ‘訴寃’이라는 낱말은 “관에 하소연함”을 뜻한다고 하고, ‘訴願’은 “하소연하여 바로잡아 주기를 바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자만 다른 낱말인데, 뜻을 곰곰이 살피면 ‘하소연’인 셈입니다. 관청에서 쓰는 말이든 법률에서 쓰는 말이든, 왜 한국말 ‘하소연’을 쓸 생각을 못 할까요?


  ‘溯源’이라는 낱말은 쓸 일이 없습니다. 거슬러서 올라가는 일이라면 ‘거슬러 올라가다’라고 해야 옳고, 뿌리를 찾아 밝히는 일이라면 ‘뿌리를 찾아 밝히다’라 해야 옳습니다.


 피할 수 없는 하나의 두터운 소원이 일어나고야 마는

→ 벗어날 수 없이 크게 멀어지고야 마는

→ 어찌할 수 없이 아주 멀어지고야 마는

 다른 것에는 소원하게 되었다

→ 다른 것에는 멀어졌다

→ 다른 것에는 멀찍이 떨어졌다

 한동안 그녀에게 소원했던 것 같다

→ 한동안 그이한테 멀어졌던 듯하다

→ 한동안 그 사람한테 서먹서먹했던 듯하다


  이제 ‘疏遠’이라는 낱말을 생각합니다. 이 한자말은 “서먹서먹”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서먹서먹’을 쓰면 될 노릇입니다. 서먹서먹한 사이라면 ‘멀어진’ 사이입니다. ‘떨어져’ 지내는 사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두 사람이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다면, 이때에 두 사람은 남남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4348.5.1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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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그때 내가 옛 작은어머니를 씻지 않고 그냥 그렇게 멀어져 버린 사이였다면


‘만약(萬若)’은 ‘자칫’으로 손보고, ‘숙모(叔母)’는 ‘작은어머니’로 손봅니다. ‘정화(淨化)하지’는 ‘씻고’나 ‘마음으로 씻고’로 손질하고, ‘관계(關係)’는 ‘사이’로 손질합니다.



소원(小圓) : 작은 원

소원(小園) : 작은 정원이나 밭

소원(所員) : 연구소, 강습소, 출장소 따위의 ‘소(所)’라고 이름 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

소원(所願) : 바라고 원함

   - 소원 성취 / 소원대로 해 주다 / 소원을 들어주다 / 통일을 소원하다

소원(昭媛) : [역사] 조선 시대에, 후궁에게 내리던 정사품 내명부의 품계

소원(素願) : 평소부터 늘 바라고 원하는 마음

소원(疏遠) : 지내는 사이가 두텁지 아니하고 거리가 있어서 서먹서먹

   - 피할 수 없는 하나의 두터운 소원이 일어나고야 마는 /

     다른 것에는 소원하게 되었다 / 한동안 그녀에게 소원했던 것 같다

소원(訴寃) : 억울한 일을 당하여 관(官)에 하소연함

소원(訴願)

1. 하소연하여 바로잡아 주기를 바람

2. [법률] 행정 관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와 이익을 침해받을 때에, 그 상급 관청에 대하여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하는 일

소원(溯源)

1. 물의 근원지를 찾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감

2. 어떤 사물이나 일의 근원을 찾아 밝히고 상고함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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