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29) 약간의 11
부모에게 과잉보호를 받고 스스로 날갯짓을 해 볼 약간의 기회도 가져 보지 못한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51쪽
약간의 기회도 가져 보지 못한
→ 기회를 한 번도 누리지 못한
→ 틈도 한 번 없는
→ 틈을 조금도 누리지 못한
→ 틈도 이제껏 빼앗긴
…
기회나 틈은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있습니다.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여덟 번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 번조차 없을 때가 있고, 수없이 많이 있기는 하나 제대로 누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틈도 여태 없던 아이들
틈조차 아예 없던 아이들
틈마저 빼앗긴 아이들
이제까지 아무 틈도 없다면 “틈도 없던” 셈입니다. 여태껏 틈을 누리지 못했다니, “틈을 빼앗긴” 셈이기도 합니다. “틈을 잃은” 셈이요, “틈하고는 멀리 떨어진” 채 살아온 셈입니다. 4341.8.29.쇠/4348.4.3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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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가 지나치게 감싸느라 스스로 날갯짓을 해 볼 틈도 없는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부모(父母)에게 과잉보호(過剩保護)를 받고”는 “부모한테 지나치게 보살핌을 받고”나 “어버이가 지나치게 감싸느라”로 손질합니다. “기회(機會)도 가져 보지 못한”은 “기회도 없는”이나 “기회도 빼앗긴”이나 “틈도 없는”이나 “틈도 빼앗긴”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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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705) 약간의 12
사진은 특성상 셔터를 누르는 순간 결과가 완성된다. 현상이나 인화를 통해 약간의 수정을 할 수 있어도 사진 속에 담긴 내용은 변화시킬 수 없다
《김영갑-섬에 홀려 필름에 미쳐》(하날오름,1996) 181쪽
약간의 수정을 할 수 있어도
→ 살짝 고칠 수 있어도
→ 조금은 손볼 수 있어도
→ 어느 만큼 다듬을 수 있어도
→ 웬만큼 매만질 수 있어도
→ 살짝살짝 손질할 수 있어도
…
한 가지를 볼 수 있는 눈이라면 다른 한 가지뿐 아니라 열 가지도 볼 수 있다고 느낍니다. 한 가지를 바르게 다스리는 몸짓이라면 이 한 가지를 비롯해서 다른 것도 모두 바르게 다스릴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말 한 마디를 슬기롭게 바라보는 사람은, 다른 일도 슬기롭게 바라봅니다. 글 한 줄을 올바로 다스리는 사람은, 다른 일도 올바로 다스립니다. 4342.3.8.해/4348.4.3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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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단추를 누르면 그림이 나온다. 현상이나 인화를 해서 살짝 손질할 수 있어도 사진에 깃든 이야기는 바꿀 수 없다
“사진은 특성상(特性上)”은 “사진이란”으로 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셔터(shutter)’는 ‘단추’로 손질하고, “누르는 순간(瞬間)”은 “누르는 때”나 “누르면”으로 손질하며, “결과(結果)가 완성(完成)된다”는 “알맹이가 나온다”나 “끝난다”나 “그림이 나온다”로 손질해 봅니다. “인화를 통(通)해”는 “인화를 해서”로 다듬고, ‘수정(修正)’은 ‘손질’이나 ‘고치기’로 다듬으며, “사진 속에 담긴 내용(內容)”은 “사진에 담긴 이야기”나 “사진에 깃든 이야기”로 다듬습니다. ‘변화(變化)시킬’은 ‘바꿀’이나 ‘갈아치울’이나 ‘고칠’로 고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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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75) 약간의 13
나는 더 이상 열이 심하지 않다. 단지 약간의 열이 남아 있을 뿐이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한기상 옮김-언니가 가출했다》(우리교육,2007) 169쪽
약간의 열이 남아 있을
→ 열이 조금 남았을
→ 열이 가볍게 있을
→ 몸이 아직 뜨거울
→ 몸이 살짝 뜨거울
…
‘살짝’ 같은 한국말을 넣으면 ‘-의’가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가볍게’ 같은 한국말을 넣을 적에도 ‘-의’가 끼어들 수 없습니다. 앞말과 뒷말을 이을 적에 어떤 낱말을 써야 아름다울까 할까 하고 가만히 헤아리면 실마리를 쉽게 풀 수 있습니다. 4348.4.3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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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후끈거리지 않는다. 그저 몸이 살짝 뜨거울 뿐이다
나는 열이 더 나지 않는다. 다만 열이 살짝 남았을 뿐이다
‘더 이상(以上)’은 ‘더는’이나 ‘더’로 손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이제’로 손볼 수도 있습니다. ‘열(熱)’은 ‘뜨거움’이나 ‘뜨거운 기운’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열이 심(甚)하지 않다”는 “뜨겁지 않다”나 “너무 뜨겁지 않다”나 “후끈거리지 않다”나 “달아오르지 않다”로 손볼 만합니다. ‘단지(但只)’는 ‘다만’이나 ‘그저’로 손질하고, “남아 있을”은 “남았을”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