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 책읽기



  어제 읍내에 다녀오면서 무척 더운 날씨라고 느꼈다. 그러나 우리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덥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군내버스를 탈 적에 사람들이 꽉 찼어도 덥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덥구나 하고 느꼈다.


  시골 읍내도 도시와 똑같이 아스팔트길이고 시멘트 건물이다. 시골 읍내라고 해서 나무가 우거지지 않는다. 거님길에 나무가 우거져서 뙤약볕을 쬐지 않을 수 있다면, 한여름이라 하더라도 덥지 않다. 이는 시골뿐 아니라 도시도 매한가지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를 보면, 도시이든 시골이든 거리나무가 우거진 곳은 매우 드물다. 나무를 도무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무를 도무지 가꾸려 하지 않는다.


  시골마을을 보면, 해마다 논도랑을 시멘트도랑으로 바꾸는 일을 벌인다. 시골에서 흙이 사라진다. 흙땅이 자취를 감춘다. 더 짓기 어려운 논밭이라면 그냥 두면 될 텐데, 빈 논밭에 창고나 공장이나 햇볕전지판이나 뭔가 시설을 들여서 돈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여겨 버릇한다.


  흙과 풀과 나무가 없으면 여름이 더울 수밖에 없다. 흙과 풀과 나무가 없으면 겨울이 추울 수밖에 없다. 아주 쉬운 일인데, 이 아주 쉬운 일을 모르는 사람이 대단히 많다. 4348.4.26.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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