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묶으며 사계절 그림책
테드 랜드 그림, 빌 마틴 주니어 외 글, 김장성 옮김 / 사계절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8



바람은 언제나 반가운 동무

― 매듭을 묶으며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

 테드 랜드 그림

 김장성 옮김

 사계절 펴냄, 2003.5.21.



  유채꽃 곁에 서면 노란 꽃송이가 샛노란 꽃내음을 베풀어 줍니다. 바람이 흐르지 않아도 꽃내음이 퍼지고, 바람이 흐르면 꽃내음이 훅 끼칩니다. ‘유채꽃바람’이라고 할 만한 ‘사월바람’이 부는 날에 빨래를 마당에 널면, 옷가지마다 유채꽃내음이 듬뿍 뱁니다. 나는 유채꽃내음이 밴 옷을 입으면서 흐뭇합니다. 아이들도 유채꽃내음이 가득 밴 옷을 입으면서 신나게 뛰놉니다.



.. “또 얘기해 주세요, 할아버지. 제가 어떤 아이인지.” “여러 번 얘기했잖니, 아가야. 너도 다 외웠겠다.” “그래도 할아버지 얘길 듣는 게 좋아요.” ..  (2쪽)




  삶을 이루는 기쁜 숨결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남이 나한테 선물처럼 기쁜 숨결을 베풀 수 있을 테지만, 누구보다 내가 스스로 나한테 기쁜 숨결을 베풉니다. 유채꽃바람을 쐬려면, 마당 한쪽에서 유채꽃이 자랄 수 있도록 하면 되고, 매화꽃바람을 쐬려면, 마당 한쪽에 매화나무를 심으면 돼요. 벚꽃바람을 쐬려면 벚나무를 심으면 되고, 모과꽃바람을 쐬려면 모과나무를 심으면 됩니다.


  아파트에 산다면 나무를 심기 어려울 텐데, 아파트에서는 꽃그릇을 놓으면 돼요. 그리고, 머잖아 층층이 선 시멘트집이 아닌, 마당이 있고 텃밭이 고운 넉넉한 집을 누리려는 꿈을 키울 수 있어요. 언제나 바람을 이웃으로 삼아서 지내는 삶자리를 꿈꿀 만하고, 아침저녁으로 햇볕을 곱게 쬐는 보금자리를 꿈꿀 만합니다.



.. “네 엄마가 말했지. ‘상처 입은 바람 소릴 들었어요. 오늘 밤에 사내아이가 태어날 거래요.’” ..  (5쪽)




  빌 마틴 주니어 님과 존 아캠볼트 님이 글을 빚고, 테드 랜드 님이 그림을 빚은 《매듭을 묶으며》(사계절,2003)를 읽습니다. 북중미에서 터를 잡고 사는 아이와 할아버지(인디언)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푸근하게 흐르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는 할아버지한테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다시 듣고 거듭 듣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같은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주고 새삼스레 들려주며 사랑스레 들려줍니다.


  아이는 늘 들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또 듣고 싶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이와 얽힌 이야기이고, 아이가 처음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겪은 이야기이며, 아이를 둘러싼 어버이와 어른이 아이를 아끼고 돌보는 숨결이 깃든 이야기입니다.



..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 말고도 보는 방법은 많이 있어요.” “그렇고 말고. 넌 어둠을 뚫고 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 넌 할 수 있단다. 너에겐 푸른 말의 힘이 있으니까.” … “무지개는 제 눈이에요. 무지개는 저를 양떼한테 데려다 줘요. 양떼가 어딜 가든지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싶을 땐 언제나 저를 집으로 데려다 주지요.” ..  (17, 23쪽)




  우리가 나누는 말은 어느 모로 본다면 두 가지로 나눌 만합니다. 하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잔소리입니다. 이야기가 되는 말은 노래입니다. 잔소리가 되는 말은 시끄럽습니다. 이야기가 되는 노래는 사랑스러우면서 기쁩니다. 잔소리가 되어 시끄러우면 괴롭거나 싫습니다.


  아마 누군가한테는 텔레비전 연속극이 재미있을 수 있어요. 또, 누군가한테는 텔레비전 연속극이야말로 끔찍하도록 시끄러울 수 있어요. 누군가한테는 어느 대중노래가 몹시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리고, 누군가한테는 어느 대중노래가 몹시 싫을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어떤 말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맞아들이지만, 어떤 말은 싫거나 성가시거나 귀찮을까요? 왜 우리는 어떤 말은 듣고 다시 들을수록 새로운데, 어떤 말은 한두 번 듣기만 해도 지겹다고 여기거나 잔소리로만 느끼면서 귀를 닫으려 할까요?



.. “무서웠어요. 할아버지가 저를 부르기 전까지는. 그때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지요?” “두려워 말아라, 아가야! 네 어둠을 믿어야 한다. 바람처럼 달려라!” … “그렇지만 저는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어요.” “그래, 하지만 넌 바람처럼 달렸어.” “바람은 제 친구예요. 바람은 제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제 얼굴을 향해 웃어요.”  ..  (24, 28쪽)




  그림책 《매듭을 묶으며》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아주 포근하면서 부드럽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할아버지뿐 아니라, 아이 어머니와 아버지도 아이한테 언제나 상냥하면서 따사로운 목소리와 눈길과 손짓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었겠지요. 이리하여, 아이는 늘 포근하면서 부드러울 뿐 아니라, 상냥하면서 따사로운 숨결을 물려받았을 테고, 이러한 숨결을 푸른 들과 파란 하늘처럼 받아들이리라 느껴요. 그리고, 아이도 할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들판에 조그마한 집을 마련한 뒤 언제나 들바람을 마시면서 삽니다. 들꽃을 보고 들풀을 먹으며 들판에서 별바라기를 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가 “바람은 내 동무!” 하고 외칩니다. 아이는 바람을 쐬면서 웃습니다. 바람을 쐬면서 노래할 테고, 바람과 함께 춤을 출 테지요.


  그림책을 덮으며 생각합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사랑스러운 꿈을 짓는 하루를 누릴 때에 웃고 노래할 만합니다. 나부터 언제나 춤추고 노래하는 상냥하고 따사로운 어버이로 살면서, 이 땅에서 흐르는 바람을 쐴 적에 “이야, 반가운 동무가 찾아왔네!” 하고 외쳐야겠습니다. 4348.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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