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04) 밑의 1


밑의 수레바퀴에 묶어 둔 밧줄을 내 지팡이에 매어 두었소

《마인다트 디영/김수연 옮김-황새와 여섯 아이》(동서문화사,1990) 200쪽


 밑의 수레바퀴에

→ 밑에 있는 수레바퀴에

→ 밑에 깔린 수레바퀴에

→ 밑에 놓인 수레바퀴에

→ 밑쪽 수레바퀴에

 …



  밧줄을 ‘묶’고, 지팡이에 ‘매어’ 두었다고 적는 보기글입니다. 지난날 어린이책에서는 ‘묶’는 일과 ‘매’는 일을 잘 가려서 적었습니다. 요즈음은 두 낱말을 제대로 가리는 분이 자꾸 줄어듭니다. 신발끈을 매고 목끈을 맵니다. 두 손을 오랏줄로 묶고 짐을 묶습니다. 염소를 묶어 놓으면 풀을 뜯어먹을 수 없고, 염소를 매어 놓아야 풀을 뜯어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밑의 수레바퀴”는 아쉽군요. ‘밑의 (무엇)’처럼 적으면, 수레바퀴가 ‘밑에서 어떻게 있는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거든요. 밑에 있는지, 밑에 깔렸는지, 밑에 놓였는지 모릅니다. 밑에 비스듬히 기대어 놓았는지, 밑에 여럿 있는지, 밑에서 구르는지 알 수 없어요. 그러니 “밑 + -의” 꼴이 아니라, 뜻과 느낌이 제대로 드러나도록 써야 합니다. 그냥 “밑쪽 수레바퀴”처럼 적으면서 “수레바퀴에서 밑이 되는 자리”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4340.10.5.쇠/4348.4.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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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37) 밑의 2


위의 눈은 / 추울 거야 / 차가운 달님이 비추어 주니 // 밑의 눈은 / 무거울 거야 / 몇백 명이나 지고 있으니

《가네코 미스즈/서승주 옮김-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소화,2006) 28쪽


 밑의 눈은

→ 밑 눈은

→ 밑쪽 눈은

→ 밑에 깔린 눈은

→ 밑에 있는 눈은

 …



  눈이 내립니다. 눈이 소복소복 쌓입니다. 밑쪽에 있는 눈은 ‘깔리는’ 눈입니다. 위쪽에 있는 눈은 ‘덮이는’ 눈이에요. 한쪽은 깔리고 한쪽은 덮입니다. 또는, 위나 밑을 모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밑에 있는 눈”과 “위에 있는 눈”으로 하면 돼요. 그리고 “밑쪽 눈”와 “위쪽 눈”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4348.4.16.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위에 덮인 눈은 / 추워 / 차가운 달님이 비추어 주니 // 밑에 깔린 눈은 / 무거워 / 몇백이나 등에 지니까


“위의 눈”은 “윗눈”이나 “위에 있는 눈”이나 “위에 덮인 눈”으로 다듬습니다. “추울 거야”는 “추울 테야”나 “추워”나 “춥겠지”로 손보고, “무거울 거야”는 “무거울 테야”나 “무거워”나 “무겁겠지”로 손봅니다. “지고 있으니”는 “지니”나 “등에 지니까”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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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27) -의 : 프랑스의 마을, 할머니의 아들


옛날에, 프랑스의 어느 조그만 마을에 … 할머니 아들은 아프리카에서 … 할머니의 아들이 생일 선물로 뱀을 보냈지 뭐야

《토미 웅거러/장미란 옮김-크릭터》(시공주니어,1996) 3, 5, 7쪽


 프랑스의 어느 조그만 마을에

→ 프랑스 어느 조그만 마을에

→ 프랑스에서 어느 조그만 마을에

→ 프랑스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

→ 어느 조그만 프랑스 마을에

 …



  이 보기글에서는 ‘-의’만 덜어도 됩니다. 또는 ‘-에서’를 붙입니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하니까, “옛날에, 프랑스에서, 어느 조그만 마을에”처럼 글머리를 열면 되지요. 또는 “옛날에, 프랑스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처럼 글머리를 엽니다.


 할머니 아들 (o)

 할머니의 아들 (x)


  이 보기글을 보면 “할머니 아들”이라고 적은 대목이 있어요. 이 대목에서는 ‘-의’를 안 붙여요. 이러다가 다시 “할머니의 아들”처럼 적습니다. ‘-의’ 없이 “할머니 아들”이라 적으면 되는 줄 알면서, 다른 자리에서는 그만 ‘-의’를 붙이고 말아요.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면 어느 자리에도 ‘-의’가 없이 알맞게 잘 쓸 수 있습니다. 4348.4.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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