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페트리샤 리 고흐 글, 김경미 옮김 / 현암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7



우리 둘이 바람처럼 춤을 추자

―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

 페트리샤 리 고흐 글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김경미 옮김

 현암사 펴냄, 2003.10.20.



  사이좋게 지내는 두 사람은 서로 닮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다른 두 사람일 테지만, 사이좋게 지내면서 낯빛이 닮고 목소리가 닮습니다. 사이좋게 지내는 사이 몸짓이 닮고 생각이 닮습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입으로 말을 주고받는 사이를 넘어서,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요. 사이가 좋은 두 사람은 눈빛으로도 마음을 읽고, 손짓으로도 생각을 알아차려요.



.. 타냐는 늘 춤을 추었어요. 밥 먹으러 갈 때도 춤을 추었고, 이불 속에서도 춤을 추었죠. 발레 수업을 받으러 갈 때도 춤을 추었고, 공원에서도 춤을 추며 곧장 가로질러 갔죠 ..  (5쪽)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은 서로 아끼고 사랑합니다. 아주 마땅하지요. 사이가 좋으니 서로 아끼고 사랑할밖에 없습니다. 사이좋은 사람들은 서로 다툴 일이 없습니다. 사이좋은 사람들은 전쟁무기나 핵무기가 없어도 평화와 평등입니다. 군대가 뒤에서 지켜 주어야 평화가 아닙니다. 따스한 사랑으로 마주할 때에 평화입니다. 똑같은 학교를 마치고 똑같은 재산을 가져야 평등이 아닙니다. 넉넉한 사랑으로 어깨동무를 할 적에 평등입니다.


  이리하여,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춥니다. 사이좋게 어울리는 사람들은 기쁘게 노래하면서 활짝 웃습니다. 이 지구별이 서로 사이좋은 나라로 나아간다면, 전쟁무기와 군대 따위는 곧바로 몰아내면서, 기쁜 웃음과 밝은 노래와 싱그러운 춤사위가 넘실거리리라 생각합니다.



.. 에밀리가 물었어요. “너 뭐하는 거니? 그거 주떼니?” 타냐가 대답했어요. “아니, 이건 타조야.” 그러면서 타냐는 타조 춤을 추었습니다 ..  (14∼15쪽)





  페트리샤 리 고흐 님이 글을 쓰고, 이치카와 사토미 님이 그림을 그려서 1994년에 《Tanya and Emily in a dance for two》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온 그림책이 2003년에 한국에서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현암사,2003)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두 분이 함께 빚은 그림책은 《꼬마 발레리나 티나》와 《꼬마 발레리나의 사계절》로도 나왔고, 《타냐의 빨간 토슈즈》와 《타냐와 마법의 옷장》으로도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흉내쟁이 꼬마 발레리나》는 ‘춤을 사랑하는 타냐’와 얽힌 여러 그림책 꾸러미 가운데 하나예요.



.. “타냐, 야생 염소라고 생각해 봐! 펄쩍 뛰어오르는 야생 염소!” 그러고 에밀리는 언덕을 곧장 가로지르며 카브리올르를 추었습니다 ..  (25쪽)




  발레라고 하는 춤을 배우는 어린 타냐는 발레학원에서 늘 혼자 춤을 춥니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춤을 추며 그치지만, 타냐라는 아이는 언제나 춤을 춥니다. 밥을 먹을 적에도 춤을 추고 잠을 자면서도 춤을 추어요. 길을 걸을 적에도 춤을 추고, 공부를 할 적에도 춤을 추겠지요.


  타냐라는 아이한테는 ‘발레’ 한 가지 춤만 있지 않습니다. 삶이 모두 춤입니다. ‘발레’는 수많은 춤사위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즐기는 온갖 춤사위 가운데 하나예요.


  발레학원에서 에밀리와 타냐는 처음에는 딱히 말을 안 섞는 서먹하다 싶은 사이입니다. 어느 날 동물원에서 여느 때처럼 춤을 추며 노는 타냐를 에밀리가 보았고, 에밀리는 ‘어떤 발레 몸짓’을 하느냐고 타냐한테 물어요. 타냐는 ‘발레 몸짓’이 아니라 ‘동물원 짐승들 몸짓’을 보고서 따라한다고 말해요. 이윽고 두 아이는 저마다 좋아하는 짐승 몸짓을 따라서 예쁘게 춤을 춥니다.



.. 둘이 함께 추는 춤은 정말로 멋졌습니다 ..  (32쪽)




  두 아이가 짓는 춤사위는 ‘짐승 흉내’일까요? 아니면, 두 아이는 수많은 짐승과 하나가 되어 ‘춤놀이’를 할까요?


  두 아이는 동물원에서 함께 놀며 ‘여러 짐승과 하나가 되는 춤’을 춥니다. 두 아이는 들판에서 함께 놀 적에는 ‘여러 꽃과 풀과 나무와 하나가 되는 춤’을 추겠지요. 길에서는 자동차와 하나가 되는 춤을 출 만하고, 버스나 신호등과 하나가 되는 춤을 출 수 있어요. 온갖 사람이 온갖 몸짓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웃과 하나가 되는 춤’을 출 수 있습니다.


  해님과 같은 춤도 출 만하고, 바람과 같은 춤도 출 만해요. 언제나 춤입니다. 서로 웃으면서 춤입니다. 기쁘게 동무가 되는 춤이고, 다 함께 이웃으로 노래하는 춤입니다.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