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49. 난 여기에서 본다
삶을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삶을 마음으로 못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엇갈리는데, 왜 이렇게 엇갈릴까요? 왜 누군가는 마음으로 삶을 읽을 수 있으며, 왜 누군가는 마음으로 삶을 못 읽을까요?
마음으로 삶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사랑도 읽을 수 있으며, 꿈도 읽을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삶을 못 읽는 사람은 사랑이나 꿈도 못 읽습니다. 이리하여, 마음으로 삶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도 마음으로 읽습니다. 마음으로 삶을 못 읽는 사람은 말이나 글도 마음으로 못 읽어요.
삶을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밥 한 그릇을 차려서 먹을 적에도 따순 사랑을 함께 담습니다. 다른 사람이 차려 준 밥을 받아도 기쁜 사랑으로 고맙게 먹습니다. 이와 달리, 삶을 마음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은 손수 차리는 밥도 맛나게 누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차려 준 밥도 고맙게 받지 못해요.
아이들은 언제나 활짝 웃으면서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섣부른 지식이나 철학이나 관념으로 삶을 마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마음으로 삶을 마주하기 때문에 신나게 뛰놀면서 활짝 웃고 기쁘게 노래합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아이다운 따사로운 마음을 건사한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늘 활짝 웃는 몸짓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몸짓, 늘 활짝 웃는 몸짓이라면, 사진을 찍을 적에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찍을 수 있어요.
나는 여기에서 봅니다. 나는 여기에 있는 삶을 기쁘게 마주하면서 바라봅니다. 나는 먼저 여기에서 삶을 사랑하면서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적에는 다른 곳에서 그곳 삶을 사랑하면서 바라봅니다. 이곳에서만 사랑이 되지 않고, 저곳에 가야만 사랑으로 거듭나지 않아요. 언제 어디에서나 푸른 사랑이 되고, 늘 파란 숨결로 노래합니다.
사진을 찍거나 읽으려는 사람들이 사명감이나 의무나 책임이나 소명 같은 생각은 살포시 내려놓고, 마음 가득 사랑스레 일어나는 기쁜 웃음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바로 오늘 여기에서 활짝 웃고 노래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바라요.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