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밭과 햇볕전기판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 비탈밭에 ‘햇볕전지판’이 생긴다. 올 일월부터 온 마을을 쩌렁쩌렁 울리는 쇳소리를 내면서 공사를 하더니 이른봄에 우리 마을 햇볕전지판부터 마무리가 되었고, 요새는 이웃마을에 이 공사를 한창 한다. 햇볕전지판이 들어서기 앞서까지 아주 호젓하면서 고요하고, ‘그리 높지 않은 멧자락’이었어도, 풀내음과 숲내음이 싱그러운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멧등성이를 따라 비탈밭마다 햇볕전지판이 새까맣게 들어서면서 이 둘레 모습이 확 바뀐다. 그동안 ‘사람 살기 좋은 곳’이었다면, 이제 ‘대형 위해시설’이 들어서는 곳이 된다.


  왜 마을 어르신은 저 땅을 저렇게 팔까? 왜 마을 어르신은 저 비탈밭을 ‘시골로 와서 살고 싶다는 사람’한테는 안 팔고, ‘햇볕전지판 업자’한테 팔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이나 이웃마을로 와서 저 비탈밭 자리가 좋다면서 팔아 달라고 했는데, 다들 손사래만 쳤다. 그래서 우리 마을이나 이웃마을에는 ‘귀촌자’가 없다.


  아무튼 그렇다. 이런 모습이 바로 이 시골마을 모습이고 삶이다. 저 햇볕전지판은 마을에 전기를 주려는 시설이 아니라, 도시로 전기를 가져가려는 시설이다. 4348.4.1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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