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는 꿈의 도시 4 - 완결
야치 에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97



무엇을 하고 싶은가

― 네가 사는 꿈의 도시 4

 야치 에미코 글·그림

 박혜연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04.7.30.



  햇볕이 내리쬐는 날은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저 햇볕이 나기만 하더라도 즐겁습니다. 가뭄이 들어 땡볕만 내리쬔다면 이런 말을 함부로 못 할 테지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볕이 고루 내리쬐는 날은 더없이 아름다우면서 상큼합니다. 이렇게 햇볕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날에는 이불을 마당에 널면서 춤을 춥니다. 더 말리고 싶은 옷가지를 바깥에 내놓으면서 활짝 웃습니다.



- “애당초 이런 곳을 빌릴 돈 같은 거.” “또 돈 얘기니? 꿈이 없는 애로구나.” (21쪽)

- “또 히로오의 가게 찾기니?” “좀처럼 마음에 드는 가게가 없네요.” “그런 일을 해도 히로오는 기뻐하지 않을 것 같은데.” (48쪽)





  햇볕을 쬐며 춤을 추면 새도 우리 집 둘레에 내려앉아 노래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른 노래를 들려줍니다. 가만히 해바라기를 하는데 우리 집 마당을 제비 두 마리가 재빠르게 가로지릅니다. 옳거니, 요 며칠 사이에 이른새벽에 ‘그동안 기다리던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바로 이 제비 두 마리였구나 싶습니다.


  제비 두 마리가 우리 집 마당이나 지붕을 가로지를 적마다 곧이어 참새 여러 마리가 지붕이나 전깃줄이나 우듬지에 올라가서 짹짹거립니다.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는 마치 ‘이 집은 우리가 깃들어 지내기로 했으니 너희는 오지 마’ 하고 을러대는 느낌입니다. 제비더러 이 집에서 함께 살자는 소리로는 들리지 않습니다.


  참새와 제비는 한집에서 살 수 있을까요? 참새와 제비는 서로 가까이에서 지낼 수 있을까요?


  둘이 사이좋게 못 지내라는 법은 없다고 느낍니다. 둘이 살가이 못 지낼 까닭은 없다고 느낍니다. 참새가 먹이를 찾는 곳이랑 제비가 먹이를 잡는 곳은 다르니까요. 참새와 제비는 서로 다른 삶을 누리니까요. 서로 어떻게 다른 삶인 줄 헤아리면서 찬찬히 마주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한집살이가 될 만하리라 느낍니다.





- ‘내가 하고 싶은 건, 천이나 실을 나의 색으로 물들이는 것. 바라는 색으로 꿈꾸는 색으로 행복한 색으로 물들이는 거야. 그리고 그거라면 어디서든 할 수 있어. 어디에서든.’ (57쪽)

- “저 아이가 본심을 말할 때마다 어째서 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그건 네가 저 아이의 어머니이기 때문이지.” (59쪽)



  야치 에미코 님이 빚은 만화책 《네가 사는 꿈의 도시》(서울문화사,2004) 넷째 권을 읽습니다. 넷째 권에서 길면서 짧은 이야기를 마무리짓습니다. 《네가 사는 꿈의 도시》라는 책이름처럼, ‘네가 사는 곳’은 ‘꿈나라’입니다. 책이름에서는 ‘도시’라고 나오지만, 도시라기보다는 ‘터’요 ‘자리’입니다. 둥지나 보금자리라고 할까요. 너와 함께 내가 있어서 아름다운 둥지이거나, 내가 너와 함께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보금자리라고 할까요.



- “앉아서 졸기라도 했다면 모포 같은 걸 덮어줬을 텐데. 이제 와 생각하는 거지만, 모포 같은 구실이 없더라도 말을 걸어 줬더라면 좋았겠다 싶어.” (77쪽)

- “그런 건 직접 본인한테 말해야만 하는 거지. 그리고 쳇바퀴 도는 질문의 해답도 본인에게 들어야만 하는 것이고.” (83쪽)

- ‘그렇다면 그걸로 좋아! 그걸 확인하러 가는 거야. 안 그러면 내가 한 발짝도 내딛을 수 없어!’ (99쪽)





  우리는 다 함께 씩씩합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삶을 짓기에 씩씩합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기운찹니다. 춤을 추면서 살림을 가꾸기에 기운찹니다.


  새와 함께 봄을 노래합니다. 풀벌레와 함께 봄을 춤춥니다. 나무와 풀이랑 어우러지면서 봄을 기쁨으로 맞이하면서 웃습니다.


  구름이 하얗고 하늘이 파랗습니다. 구름이 싱그럽고 하늘이 해맑습니다. 햇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이 아름다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는 이곳에서 기쁘면서 웃음이 넘치는 사랑이 솟아납니다.



- “아아, 생각났어. 너도 저런 식으로, 따뜻하고 무척 부드러웠어.” (129쪽)

- “집은 사는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리니까요. 누군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지 않으면.”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오두막을 필사적으로 사람 사는 집으로 바꿔버렸던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습니다. 굉장히 편안한 곳이라서 어느새 모두가 모이는 장소가 되어버렸죠.” (135쪽)

- ‘이 길을 사토시 씨도 걸었을까? 이 빗줄기를 맞았을지도 몰라. 지금은 이렇게 쓸쓸한 풍경이지만, 분명 개이면 틀림없이 아름다운 곳일 거야.’ (166쪽)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내가 나한테 묻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마당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생각합니다. 어떤 놀이를 해야 웃음이 나올까요? 어떻게 놀아야 춤사위가 저절로 이루어지면서 해님을 노래하거나 제비와 손을 잡을 수 있을까요?


  바람을 가르는 제비는 홀가분합니다. 바람을 노래하는 새는 가붓합니다. 구름을 타고 하늘숨을 마시는 멧비둘기는 가볍습니다. 매화꽃은 모두 졌지만, 곧 모과꽃이 터지려고 합니다. 모과나무는 해마다 더 많은 꽃을 터뜨립니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견줄 수 없이 엄청난 모과꽃봉오리가 터질 듯 말 듯 부풉니다. 이듬해에는 또 올해와 견줄 수 없이 어마어마한 모과꽃봉오리가 맺히겠지요.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다시금 묻습니다. 나는 봄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나는 봄을 노래하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나는 봄을 꿈꾸고 사랑하면서 작은 새들과 하늘을 씩씩하게 가르려고 합니다. 4348.4.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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