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34) 반백의 1


먼 마을의 불빛들 스치는 차창에 / 반백의 머리를 허물어뜨린다

《박영근-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창작과비평사,1997) 82쪽


 반백의 머리

→ 반쯤 센 머리

→ 반쯤 허연 머리

→ 하얗게 아롱진 머리

 …



  한자말 ‘반백’은 ‘半’이라는 한자가 아닌 ‘斑’이라는 한자를 쓴다고 합니다. ‘斑’이라는 한자는 “아롱지다·얼룩·나누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반백 머리”라면 “하얗게 아롱진 머리”라는 소리입니다. “군데군데 하얗게 센 머리”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반백의 중년 신사

→ 머리가 좀 센 중년 신사

→ 센 머리가 많은 중년 신사


  머리카락이 반쯤 하얗게 셌다면, 이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로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조금 세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머리가 “많이 세었다”고 해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테니, 그때그때 다른 느낌을 나타내면 됩니다. “센 머리”는 하얗거나 희거나 허옇게 보이니, 이러한 빛느낌을 알맞게 나타내도 됩니다. 4348.4.8.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먼 마을 불빛들 스치는 차창에 / 반쯤 센 머리를 허물어뜨린다


“먼 마을의 불빛”은 “먼 마을 불빛”으로 다듬습니다.



반백(斑白/頒白) : 흰색과 검은색이 반반 정도인 머리털

   - 반백의 중년 신사 / 반백의 머리는 갈기처럼 이마 곁으로 비끼고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32) 만사의 1


이런 것이 만사의 순리 아닐까. 너무 늦도록 기다리지 않아야 한다

《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방랑》(포토넷,2015) 177쪽


 만사의 순리 아닐까

→ 모든 일이 가는 길이 아닐까

→ 모든 바른 길이 아닐까

→ 온갖 일이 바르게 가는 길이 아닐까

→ 제 길 아닐까

 …



  한자말 ‘만사(萬事)’는 “모든 일”이나 “온갖 일”을 뜻합니다. 그러니, 굳이 ‘만사’라는 한자말을 쓰기보다는 “모든 일”이나 “온갖 일”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됩니다. 단출하게 줄여서 ‘온일’이라고 해도 됩니다.


  보기글을 보면 “만사의 순리”라고 해서 ‘순리(順理)’라는 한자말을 나란히 씁니다. 이 한자말은 “순한 이치나 도리”를 뜻한다고 해요. ‘이치(理致)’는 한국말로 “뜻”이나 “바른뜻”을 가리키고, ‘도리(道理)’는 한국말로 “길”이나 “바른길”을 가리킵니다. ‘순(順)’은 ‘부드러움’을 가리키지요. 그러니까, “만사의 순리”란 모든 일이 부드러우면서 바르게 가는 길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모든 바른길

 모든 바른뜻


  “모든 바른길”처럼 쓸 수 있고, “모든 참길”처럼 쓸 수 있습니다. “모든 바른뜻”처럼 쓸 수 있으며, “모든 참뜻”처럼 쓸 수 있어요. 또는 “모든 길이 가는 곳”이나 “모든 길이 흐르는 곳”이나 “모든 길이 닿는 곳”처럼 쓸 만합니다. 4348.4.8.물.ㅎㄲㅅㄱ



만사(萬事) : 여러 가지 온갖 일

   - 만사가 끝나다 / 만사가 귀찮다 / 만사가 순조롭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33) 그것의 1


뭐든 그 사진을 주시하려고 그것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야 한다. 살아 있을 때 즉시 찍어야 한다

《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방랑》(포토넷,2015) 178쪽


 그것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 그 생명이 다할 때까지

→ 그 목숨이 다할 때까지

→ 그 숨결이 사라질 때까지

→ 그 목숨이 스러질 때까지

 …



  사진을 찍을 적에 바라보는 ‘그것’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여느 모습이나 풍경이 될 수 있고, 풀이나 나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모두를 뭉뚱그려서 ‘그것’처럼 쓸는지 모르지만, 한국말에서는 사람을 ‘그것’으로 가리키지 않아요. 여러 가지를 뭉뚱그려서 가리키려 한다면 ‘그’라고만 해야 합니다. “그것의 생명”이 아니라 “그 생명”으로 적어야지요.


  이 보기글에서는 “그 사진”을 ‘그것’으로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그 사진을 바라보려고 숨결이 다할 때까지”처럼 ‘그’까지 덜어 줍니다. 4348.4.8.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뭐든 그 사진을 바라보려고 그 숨결이 다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야 한다. 살았을 때 바로 찍어야 한다


‘주시(注視)하려고’는 ‘바라보려고’나 ‘살펴보려고’로 손보고, ‘생명(生命)’은 ‘목숨’이나 ‘숨결’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