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플레이소녀 2
요시즈키 쿠미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89



네 꿈과 내 꿈은 늘 하나

― 플레이 플레이 소녀 2

 요시즈키 쿠미치 그림

 하시모토 히로시·와타나베 켄사쿠 글

 서울문화사 펴냄, 2015.2.27.



  나무는 씨앗으로 심을 수 있고, 나뭇가지로 심을 수 있습니다. 가지치기를 한다면서 솎아낸 나뭇가지를 건사해서 옮겨심으면 이 나뭇가지는 어느새 씩씩하게 뿌리를 내려 새로운 나무 한 그루로 우뚝 섭니다.


  나무를 옮겨심을 적에는 땅을 깊이 팝니다. 나뭇가지 아래쪽이 새로운 뿌리로 튼튼하게 설 수 있도록 깊이 심습니다. 나무가 스스로 씨앗을 떨구어 새로운 나무로 자라도록 할 적에는, 씨앗이 땅에 포근히 안겨 천천히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립니다. 나무씨앗은 처음부터 싹을 틔우거나 뿌리를 내리지 않습니다. 찬찬히 쌓이는 나뭇잎과 풀잎이 삭고 썩어서 새로운 흙이 될 무렵 께어나고, 다람쥐나 들쥐가 먹이로 삼아 땅에 파묻어 주면 고요히 잠들어서 쉬다가 어느새 씩씩하게 깨어납니다.


  씨앗으로 돋은 어리고 작은 나무를 바라봅니다. 이 어리고 작은 나무가 우람하게 서는 어른나무가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는 지 헤아립니다. 내가 손수 옮겨심은 작은 나무를 바라봅니다. 이 작은 나무는 곧 줄기가 굵어지고 새로운 가지를 죽죽 내놓습니다.



- “넌 왜 모두가 지금까지 탈락하지 않았는지 알아?” “예? 그, 그건, 으음?” “잘 들어 류타로. 너희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빠지지 않은 거야.” (5쪽)

- ‘그 연습시합 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던 내 목소리는 결국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하지만 많이 노력하고 연습해서, 만약 내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닿았더라면, 그것은 정말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을지도 몰라.’ (22쪽)





  가느다란 줄기를 쓰다듬고, 여린 잎을 어루만집니다. 내 몸에서 흐르는 기운을 어린나무한테 옮깁니다. 작은 나무가 커다란 나무로 자라면서 나누어 줄 푸른 바람을 꿈꿉니다.


  나무 앞에 서서 노래를 부릅니다. 나무가 내 노래를 듣고 기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나무 옆에 서서 춤을 춥니다. 나무가 내 춤을 보고 즐겁게 크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을 불러 아이들과 함께 나무 앞에서 노래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무 곁에서 춤을 춥니다. 아이들과 나무 둘레에서 놀고, 떨잎을 주워 나무 둘레로 옮깁니다.



- “괜찮아! 우리가 먼저 믿지 않으면, 기적은 시작되지 않아!” (41쪽)

- “주장, 언제까지 연습할 겁니까? 벌써 11시예요. 그만 돌아가죠.” “시끄러워! 응원단보다 먼저, 우리가 집에 갈 수는 없잖아!” (43쪽)

- “으, 음치는 여전하지만, 하지만, 응원가는 못 불러도 상관없어요. ‘영혼’만 담겨 있으면! 그러니까 이렇게 형편없는 나도 좋아하는 노래를 당당하게 부를 수 있어서 지금 무척 행복해요!” (66쪽)





  하시모토 히로시 님과 와타나베 켄사쿠 님이 글을 쓰고, 요시즈키 쿠미치 님이 그림을 그린 《플레이 플레이 소녀》(서울문화사,2015)는 둘째 권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굵으면서 짧게 이야기를 끝맺습니다. 응원단을 이끄는 가녀린 아이가 씩씩한 젊은이로 우뚝 서는 이야기를 담는 《플레이 플레이 소녀》입니다.


  가녀린 아이는 스스로 가녀리다고 여기면서 아무것도 못 합니다. 그러나, 가녀린 아이가 저 스스로 얼마나 가녀린가 하는 대목을 깨달은 뒤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가녀린 모습을 바보스레 돌아본다거나 슬프게 되새기지 않습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가녀린 모습이지만, 앞으로는 이 땅에서 홀로 서서 씩씩하게 살아갈 꿈을 짓습니다.



-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매일 필사적으로 연습하고, 다 같이 실력을 높이려고 노력하는데, 그건 오로지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인가요? 관현악부는 그렇게 작은 물에서 놀면서 만족하는 겁니까?” (69쪽)

- ‘그래, 응원의 힘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아무리 응원단이 혼을 담아도 뒤집을 수 없는 현실이 반드시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때, 응원단이 자기들이나 동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 가야 할 것인가. 응원단이란 무엇을 응원해야 하는 것인가, 응원단이란 무엇인가.’ (130∼131쪽)





  응원단으로 뛰는 아이들은 동무들한테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동무들이 새롭게 기운을 차리도록 이끄는 아이들이 응원단입니다. 그러면, 응원단 아이들은 어떠한 숨결이어야 할까요? 응원단 아이들이 스스로 기운차지 않다면, 다른 동무한테 기운을 끌어내지 못하겠지요. 응원단 아이들이 스스로 씩씩하지 않다면, 다른 동무더러 씩씩하라고 말하지 못하겠지요. 응원단 아이들이 스스로 꽃처럼 피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동무가 꽃처럼 스스로 피어나도록 기운을 북돋우지 못하겠지요.


  다시 말하자면, 응원단이 되어 힘차게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은 누구보다 ‘나 스스로’를 담금질합니다. 응원단 아이들은 바로 ‘나부터 스스로 씩씩하게 서도록’ 온힘을 기울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응원단은 아무도 응원하지 않습니다. 응원단은 그저 스스로 서서 스스로 외칠 뿐입니다.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는 어떠할까요? 경기장 선수도 저 스스로 서서 경기를 벌입니다. 남이 내 자리에 들어와서 경기를 맡아 주지 않습니다. 선수인 내가 경기장에서 스스로 기운을 끌어내어 움직입니다.



- “응원이란, 먼저 동료와 손을 마주 잡는 것. 옆의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는 것. 혹시 멀리 있어서 어깨동무를 할 수 없어도, 목소리로 대지를 뒤흔들어, 마음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상대와 단단히 이어져 있으면, 그 마음은 반드시 힘이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135∼136쪽)

- “우리는 무엇을 응원하러 왔나? 우리는 야구 시합을 응원하러 온 것이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 묵묵히 열심히 싸우는 ‘사쿠라기 고교의 친구’를 응원하러 온 것이다!” (147∼149쪽)





  네 꿈과 내 꿈은 늘 하나입니다. 우리는 경기에서 이기라고 응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험을 잘 치르라고 응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돈을 잘 벌라고 응원하지 않습니다. 응원을 하는 뜻은 오직 하나입니다. 너와 나는 서로 아름다운 숨결이요 동무이자 사람이라는 대목을 깨달아 기쁘게 노래하려는 뜻입니다.


  삶을 짓는 기쁨을 누리기에 응원을 할 수 있습니다. 삶을 짓는 기쁨을 알아차렸기에 신나게 응원을 합니다. 삶을 짓는 기쁨을 혼자 붙잡거나 가둘 뜻이 없으니, 활짝 웃고 어깨를 펴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만화책 《플레이 플레이 소녀》에 나오는 가녀린 아이들은 바로 이 아이들 스스로 너무 기운이 없이 어설프게 살아온 줄 깨달으면서 눈을 뜹니다. 내가 나를 찾을 적에 나부터 기쁘고, 내가 나를 찾는 기쁨으로 웃을 적에, 내 둘레에 있는 동무도 스스로 기운을 내면서 웃습니다.


  언제나 함께 흐르는 꿈이고, 늘 함께 자라는 사랑입니다. 4348.4.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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