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22. 아침을 여는 피아노
2010년이었지 싶은데, 곁님이 피아노를 사자고 했을 적에 ‘피아노 살 돈’이 없었다. 백오십만 원쯤 되는 돈도 없었지만, 살림집도 좁았다. 그러나 피아노를 샀다. 피아노를 생각하고 생각하니 피아노를 장만할 살림으로 바뀌었다. 우리 집 아이들은 피아노를 그냥 친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건반을 아이들 마음껏 두들기거나 누른다. 스스로 누르거나 치면서 스스로 가락을 헤아린다. 언제이든 칠 수 있고, 소리를 줄이거나 가릴 일조차 없다. 꼭 피아노여야 하지 않으나, 피아노처럼 느긋하게 앉아서 마음껏 손가락을 놀릴 만한 악기가 집에 있을 때에 집안에 새로운 숨결이 흐르는구나 하고 늘 느낀다. 헌 피아노로 백오십만 원을 쓴 셈이라 할 텐데, 돈으로 치면 앞으로 백쉰 해 동안 잘 건사해서 쓰면 한 해에 만 원을 쓰면서 피아노를 누리는 셈이다. 한 달에 만 원씩 쳐도 열 해 동안 잘 건사하면 백오십만 원 같은 돈은 그야말로 아무것이 아니다. 어떤 삶으로 나아가려 하는가를 생각한다면, 살림살이를 어떻게 건사할 때에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기쁘게 배울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