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00) 나물꾼 (우리 이름 찾기)
가시도 억세지 않은 이런 엉겅퀴는 내 어릴 때도 나물꾼들이 반기던 나물이다
《문영이-내 뜰 가득 숨탄것들》(지식산업사,2014) 175쪽
나물을 캐러 다니는 사람은 ‘나물꾼’입니다. 나물이 잘 자라도록 숲과 들을 지키고 보듬는 사람은 ‘나물지기’입니다. 나물을 즐기거나 잘 먹는 사람이라면 ‘나물쟁이’나 ‘나물보’라 할 만합니다. 나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나물님’이라 하고, 나물을 함께 즐기는 아름다운 이웃이나 살붙이도 ‘나물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떡을 찧거나 빵을 굽는 사람은 ‘떡꾼’이나 ‘빵꾼’이 됩니다. 옛날부터 널리 쓰는 말투를 살피면 이 같은 말을 쓸 만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떡을 좋아하는 사람은 ‘떡보’라 하지만, 빵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켜 ‘빵보’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아예 없지는 않으나, ‘빵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안 실립니다. 한국말사전을 가만히 살피면 ‘울보’는 나와도 ‘웃보’는 나오지 않아요. 잘 우는 아이를 울보라 하면, 잘 우는 아이는 웃보라 할 만한데, 사람은 누구나 잘 웃으니 굳이 ‘웃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안 올린 셈일는지 궁금합니다.
꾼 . 지기 . 쟁이 . 장이 . 보 . 님 . 둥이 . 이웃 . 동무 . 사람
생각을 가만히 기울이면, 한국말로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 꽤 많습니다. 때와 곳에 맞게 여러 가지 이름을 붙입니다. 영어나 서양말에서 쓰는 말투가 아니더라도, 한국말에서 “우리 사랑”이라는 말을 쓰고, “우리 꽃님”이나 “우리 사랑둥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나물사랑꾼’이나 ‘떡사랑둥이’ 같은 이름을 쓸 수 있어요. ‘책사랑지기’라든지 ‘노래배움지기’라든지 ‘시골노래지기’처럼 여러 낱말을 골고루 섞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아닌 여느 어른이라면 ‘아이지기’나 ‘아이사랑지기’ 같은 이름을 스스로 붙여서 쓸 수 있고, ‘사랑님’이라든지 ‘꿈님’ 같은 이름을 낱으로 쓰거나 뒤에 붙일 만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꾼’부터 첫끈을 연 뒤, ‘글지기·글쟁이·글장이’가 될 수 있고, ‘글사랑지기·글노래쟁이·글꿈장이’처럼 쓸 수 있으며, ‘글숲님·글노래님·글사랑님’처럼 쓸 수 있습니다. 글읽기를 좋아하면 ‘글보’가 될 만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면 ‘책보’가 될 만해요. ‘글둥이·책둥이’라는 이름도 곱고, ‘글사랑둥이·책사랑둥이’ 같은 이름도 사랑스럽습니다.
글이나 책을 함께 나누는 이웃한테는 ‘글이웃·글동무·글님·글이웃님·글사랑동무·글동무님’이나 ‘책이웃·책동무·책님·책이웃님·책사랑동무·책동무님’처럼 처럼 여러모로 아기자기하게 새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에, ‘나물사람·책사람·떡사람·웃음사람·이야기사람’과 같은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글꽃·글숲·글나무·글바다·글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고, ‘글빛·글결·글노래’ 같은 이름을 붙여도 잘 어울립니다.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