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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47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4
나들이를 다니는 마음
―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세현 옮김
비룡소 펴냄, 2005.9.8.
나들이를 갑니다. 맑은 날에는 맑은 햇볕을 쬐면서 나들이를 갑니다. 찌푸린 날에는 우산을 챙기고 나들이를 갑니다. 비가 흩뿌리는 날에는 우산을 들고서 나들이를 갑니다. 가까운 곳은 걸어서 가고, 조금 먼 곳은 자전거를 달리며, 퍽 먼 곳은 버스를 탑니다. 걸을 적에는 걸으면서 쐬는 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자전거를 달릴 적에는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바라보는 맛이 시원합니다. 버스를 탈 적에는 이웃마을을 스치면서 너른 들을 바라보는 느낌이 상큼합니다.
.. 드소토 선생님은 외국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코끼리 입속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 드보라가 크게 노래를 불렀어요. “우리 함께 가요. 네?” 드소토 선생님이 맞장구쳤어요. “그래요, 그러자고요!” 둘은 뽀뽀를 하고서 답장을 보냈어요 .. (4쪽)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 빚은 그림책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비룡소,2005)을 읽습니다. 생쥐인 치과의사 선생님은 먼 곳에서 날아온 초청장을 받고는 기뻐서 소리를 지릅니다. 아프리카에는 아직 가 보지 못했다면서, 아프리카로 이를 고치러 갈 수 있는 마실길을 몹시 기뻐해요. 치과의사 선생님은 이녁 곁님과 함께 먼 마실길을 갑니다. 그런데, 생쥐로서 코끼리 이빨을 고치는 일을 하다가 그만 원숭이한테 사로잡혀요. 원숭이는 생쥐 치과의사 선생님이 코끼리 이를 안 고치기를 바라거든요.
낯선 땅에 찾아가서 일을 하다가 꼼짝없이 낯선 곳에 갇힌 생쥐 치과의사 선생님은 걱정스럽습니다. 여러 날 배를 곯아야 하기에 걱정스럽다기보다, 저를 기다리며 애태울 곁님을 생각하니 걱정스럽고, 앓는 이 때문에 어찌할 바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를 코끼리가 걱정스럽습니다.
.. 잘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드소토 선생님 부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하지만 뛰어난 의사 선생님이랑 뛰어난 조수 그리고 불쌍한 환자는 일단 잠을 조금 자고 나서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치료하기로 했어요 .. (13쪽)
나들이를 다니면 어떤 일을 겪을는지 모릅니다. 들길을 한 시간 남짓 걷는 동안 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마주할는지 모릅니다. 걷다가 넘어질 수 있고, 걷다가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걷다가 한곳에 오래도록 서서 어떤 모습을 지켜보거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사월로 접어드는데 개구리가 깨어났는지 안 깨어났는지 궁금해서 귀를 쫑긋쫑긋 세울 수 있어요. 들길에 어떤 들꽃이 피어 우리를 기다리는지 살필 수 있어요. 들바람을 쐬면서 새롭게 들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 드소토 선생님은 물론 환자 걱정도 했어요. ‘가엾은 그 친구는 어떻게 됐을까?’ 불쌍한 무담보는 견딜 수 없이 어금니가 쿡쿡 쑤셔댔어요 .. (19쪽)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에 나오는 드소토 선생님은 힘겨운 고비를 넘긴 끝에 드보라 품으로 돌아갑니다. 코끼리 이를 고치는 일도 신나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모든 일은 말끔하게 풀리고, 이제 드소토 선생님이 할 일은 ‘푹 쉬기’입니다. 다친 다리를 낫도록 하려면 푹 쉬어야 해요.
드소토 선생님과 드보라 님은 아프리카를 처음으로 밟았다고 하는데, 아프리카 말고도 아직 밟지 못한 땅이 넓겠지요. 그동안 일하느라 바쁜 나머지 지구별을 두루 돌아볼 겨를을 못 냈겠지요. 이제는 일을 쉬어야 하니, 일을 쉬는 동안 마음을 달래면서 북돋울 수 있습니다. 둘은 오직 서로 헤아리면서 삶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 드보라가 말했어요. “여보! 당신 다 나을 때까지 푹 쉬어도 될 거 같네요. 다 나으면 이 돈으로 멋진 세상을 좀더 보러 다니는 건 어떨까요?” 드소토 선생님이 말했어요. “내 사랑 드보라, 내 생각을 읽었군요.” .. (30쪽)
우리는 돈을 벌려고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제 삶을 지으려고 일을 합니다. 돈을 번다면, 이 돈으로 내 삶을 아름답게 짓는 길에 밑천으로 삼으려는 뜻입니다.
꼭 어디를 가야 하는 여행이 아닙니다. 꼭 무엇을 보아야 하는 관광이 아닙니다. 마음에 새로운 숨결을 드리우면서, 두 눈에 새로운 빛을 담고, 두 귀에 새로운 노래를 실으며, 온넋으로 고요하게 생각을 짓는 길을 떠나는 나들이입니다. 이웃을 찾아서 떠나는 마실입니다. 이웃과 함께 삶을 즐기는 마실입니다. 4348.4.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