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918) 시작 4
모집에 응한 아이들과 처음으로 합숙을 시작했다
《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키노쿠니 어린이 마을》(민들레,2001) 196쪽
아이들과 처음으로 합숙을 시작했다
→ 아이들과 처음으로 함께 묵었다
→ 아이들과 처음으로 함께 지냈다
→ 아이들과 처음으로 함께 한솥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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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한곳에서 함께 묵는 일을 ‘합숙(合宿)’이라고도 하는데, 이 한자말을 그대로 쓰고 싶으면 “아이들과 처음으로 합숙을 했다”로 적어야 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始作’이라는 한자말은 ‘처음으로 하다’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바로 앞에 ‘처음으로’라는 말마디가 있어요. 그러니, “처음으로 시작했다”처럼 쓰는 말은 겹말입니다. 4338.4.4.달/4348.3.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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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아이들과 처음으로 함께 묵었다
“모집에 응(應)한 아이들”은 “모인 아이들”로 손봅니다. “시험에 응한 아이들”은 “시험을 보는 아이들”로 손보지요. ‘합숙(合宿)’은 “함께 묵다”나 “함께 지내다”로 손질할 낱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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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935) 시작 5
새벽녘이야말로 생명체들이 하루 활동을 시작하기에 알맞은 시각이라는 점이다
《루터 스탠딩 베어/배윤진 옮김-숲속의 꼬마 인디언》(갈라파고스,2005) 85쪽
하루 활동을 시작하기에 알맞은
→ 하루 일을 열기에 알맞은
→ 하루를 열기에 알맞은
→ 하루를 새로 열기에 알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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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하루를 열고, 저녁에 하루를 닫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하루 일을 열고 닫습니다. 첫머리를 열고, 끝자락을 닫습니다. 모든 일은 처음에 열고 마지막에 닫습니다.
‘하루를 연다’고 할 적에는 ‘하루 일을 처음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하루를 연다’로 적어도 되고, ‘하루 일을 처음으로 한다’로 적어도 됩니다. 단출하게 적을 만하고, 살을 붙여 길게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또는, ‘새롭다’라는 말마디를 넣어서 “하루를 새롭게 연다”나 “하루 일을 새롭게 한다”처럼 적을 만해요. 4338.5.26.나무/4348.3.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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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이야말로 뭇목숨이 하루를 열기에 알맞은 때이다
‘생명체(生命體)’는 ‘뭇목숨’으로 손볼 만합니다. “하루 활동(活動)”은 “하루 일”이나 “하루”로 손질하고, “알맞은 시각(時刻)이라는 점(點)이다”는 “알맞은 때이다”나 “알맞은 때라는 뜻이다”나 “알맞은 때라는 소리이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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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9) 시작 69
우리 헌정사가 불안한 이유는 시작부터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한 데 있습니다. 한 사람의 야욕에 의해서 국가의 기본인 헌법이 애초부터 망가졌으니까요
《김삼웅·장동석-한국 현대사의 민낯》(철수와영희,2015) 51쪽
시작부터 첫 단추를
→ 처음부터 단추를
→ 첫 단추를
→ 첫 단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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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기글을 잘 보면 “시작부터 첫 단추”에서 ‘시작’과 ‘첫’이 겹말입니다. 같은 뜻을 나타내는 낱말을 잇달아 적었습니다.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털고 “첫 단추를”이라고만 적든지 “첫 단추부터”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또는 “처음부터 단추를”로 적을 만합니다. 보기글 뒤쪽을 보면 ‘初’라는 한자를 붙인 ‘애초’가 나오기도 합니다. ‘初’는 “처음 초”입니다. 그러니까, 뜻이 같은 말을 세 가지로 적은 셈이에요. 한자말을 쓰기에 잘못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쉽게 쓰면 넉넉한데 쉽게 쓰지 못했다는 소리입니다. 4348.3.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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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정 발자국이 어지러운 까닭은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한 데 있습니다. 한 사람 밥그릇 때문에 이 나라 바탕인 헌법이 맨 처음부터 망가졌으니까요
“헌정사(-史)가 불안(不安)한 이유(理由)는”은 “헌정 역사가 어지러운 까닭은”이나 “헌정 발자국이 어지러운 탓은”으로 손질하고, “한 사람의 야욕(野慾)에 의(依)해서”는 “한 사람 야욕 때문에”나 “한 사람 밥그릇 때문에”로 손질하며, “국가(國家)의 기본(基本)인”은 “이 나라 바탕인”으로 손질합니다. ‘애초(-初)’는 ‘맨 처음’으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