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53 : 꿈과 희망
방정환은 순수하게 식민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계몽의 요구를 간직하고 있었겠지만
《이재복-우리 동화 이야기》(우리교육,2004) 110쪽
꿈과 희망을
→ 꿈과 사랑을
→ 꿈과 빛을
→ 꿈을
→ 푸른 꿈을
…
오늘날에는 흔히 ‘희망(希望)’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제대로 헤아리는 사람은 아주 드문 듯합니다. ‘희망’은 “1. 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람 2.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 두 가지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희망 사항”이란 “바라는 것”이고, “돌아가기를 희망한다”는 “돌아가기를 바란다”입니다.
‘가능성(可能性)’은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을 가리키는데, ‘실현(實現)’은 “꿈, 기대 따위를 실제로 이룸. ‘실제 이루어짐’으로 순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실현’은 고쳐쓸 말이고, 이 고쳐쓸 말로 낱말풀이를 붙인 ‘가능성’도 고쳐쓸 말인 셈입니다. 몽땅 고쳐써야 하는데, 아무튼 ‘가능성’이란 “이루어질 것”을 나타냅니다. 이리하여, “희망이 보이다”는 “이루어지리라 보이다”요, “희망이 있다”는 “이루어지겠다”입니다.
한국말 ‘꿈’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으로 풀이합니다. 이 낱말풀이에도 ‘실현’이라는 한자말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꿈’을 ‘희망’으로 풀이합니다.
꿈이 실현되기를 희망하다
→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다
→ 꿈이 이루어지기를 빌다
‘꿈’이라는 한국말을 ‘희망’이라는 한자말로 풀이한다면, 거꾸로 ‘희망’이라는 한자말은 ‘꿈’이라는 한국말로 풀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 낱말은 같은 뜻이면서 하나는 한국사람이 쓰는 낱말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쓰는 낱말이라는 얘기입니다. 4348.3.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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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은 그저 식민지 어린이한테 푸른 꿈을 보여주면서 깨우치려는 뜻이었겠지만
‘순수(純粹)하게’는 ‘그저’로 손봅니다. “희망을 주고 싶다는 계몽(啓蒙)의 요구(要求)를 간직하고 있었겠지만”은 “꿈을 보여주면서 깨우치려는 뜻이었겠지만”이나 “꿈을 밝히면서 알려주려는 뜻이었겠지만”으로 손질합니다. 꿈이든 희망이든 ‘줄’ 수 있지 않습니다. ‘보여주’거나 ‘알려줄’ 뿐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