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 님이 '고무신' 이야기를 여쭈셔서

문득 생각해 보니,

고무신 이야기로 글을 써 보면

재미있겠다고 여겨

고무신을 신는 즐거움을 한 번 적어 봅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을 건드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


고무신과 책읽기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에 고무신을 신을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도시에서도 틀림없이 고무신을 팔았을 테지만, 내 어버이가 나한테 고무신을 신으라고 사서 신긴 일이 없고, 내 동무 가운데 고무신을 신은 아이도 없습니다. 동네에서도 고무신을 발에 꿴 사람을 볼 수 없었어요. 어쩌다가 시골에 갔을 적에만 드문드문 고무신을 보았을 뿐, 이 신을 딱히 내가 신어야 한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2003년에 이르러 비로소 고무신을 처음으로 신습니다. 이무렵부터 시골에서 일을 했기에 ‘시골에서 흙을 밟으며 지내는 시골사람’이라면, 운동신이나 가죽신이 아닌 고무신을 발에 꿰어야겠다고 느꼈어요. 저절로 고무신을 찾았습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시골에서는 다른 신을 신으면 퍽 성가십니다. 으레 흙길을 다니고 숲길을 걸으니 운동신이나 가죽신은 안 어울립니다. 고무신은 흙이 잔뜩 묻어도 털기에 수월하고 빨기에도 쉽습니다. 게다가 고무신은 빨고 나면 곧 말끔하게 말라요.


  무엇보다 고무신은 신바닥이 아주 얇습니다. 그래서 고무신을 발에 꿰고 걸으면 땅바닥을 발바닥으로 짙게 느낄 수 있어요. 고무신을 한 번 꿴 뒤로는 이 느낌이 아주 사랑스럽고 즐거워서 다른 신을 꿸 생각을 한 번도 안 합니다.


  시골에서는 시골스러운 흙바닥이 살갑습니다. 도시에서는 도시다운 딱딱한 바닥이 차갑습니다. 살가운 시골바닥을 느끼면서 노래하고, 차가운 도시바닥을 느끼면서 춤을 춥니다. 어느 곳에서든 이 지구별을 느끼도록 북돋우는 고무신이기에, 내 발은 늘 고무신차림이요, 내 몸은 언제나 고무신과 함께 노래합니다. 4348.3.2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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