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마이 로마이 1 테르마이 로마이 1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88



바라고 찾으며 생각할 때에 온다

― 테르마이 로마이 1

 야마자키 마리 글·그림

 김완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1.3.25.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일만 합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일은 못 하기 마련입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이에요. 생각을 하지 않는데 알 수 없으니까요. 생각을 하지 않아서 알 수 없으면, 코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알아채지 못해요. 이를테면, 나비가 번데기를 벗고 깨어나는 줄 모른다면, 코앞에서 번데기가 꼬물거리면서 톡 벌어져서 나비가 나와도 못 알아챕니다. 비행기를 모르면, 비행기가 낮게 날면서 내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적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고 벌벌 떨면서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겠지요.



- “그러고 보니 요즘 이 근처에 새 테르마이가 생겼다며?” “아, 베수비우스 화산 벽화가 있는 거기 말이지?” “뭐라더라? 거기서 목욕 마치면 나오는 음료가 이 세상 물건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맛있다더군!” (32쪽)

- ‘그때 그 평안족 사내는 무언가 조그만 도구를 써서, 뾱 하고 쉽게 뚜껑을 땄다. 가공할 평안족! 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아직도 산처럼 쌓여 있겠군!’ (35쪽)




  생각하는 사람이 삽니다.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면서도 죽은 모습과 같습니다. 바라고 찾으며 생각할 때에 삶이 있습니다. 바라지 않고 찾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아무런 삶이 없습니다.


  오늘날 학교교육을 보면, 제도권사회는 우리한테 아무것도 안 가르칩니다. 제도권사회는 사람을 길들이려 할 뿐입니다. 참다운 가르침이란 ‘스스로 생각하기’를 해낼 수 있도록 이끕니다. 참답지 못한 학교교육이요 제도권사회이기 때문에, ‘틀에 박힌 지식’만 달달 외워서 입시지옥에 갇힌 채 생각을 하나도 스스로 안 하도록 내몰기만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을 잊거나 잃으면, 정치권력과 사회권력과 경제권력이 시키는 대로 종살이를 하며 쳇바퀴만 뱅뱅 돌 테니까요.



- ‘이렇게 풍광 수려한 곳에 테르마이를 설치하다니. 그리스인들도 혀를 내두를 미적 감각이다. 그래, 이곳이라면 벽으로 에워싸인 인공 테르마이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겠어. 겉보기에는 우리 로마인보다도 훨씬 하등인 인종인 듯하나, 절대 얕잡아볼 수 없겠는걸.’ (61쪽)

- ‘우리 로마인이 수도니 거대 건축물을 개발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평안족은 원시적 이점의 편리함에도 눈을 돌려 이렇게 획기적인 야외 테르마이를 만들었다니!’ (63쪽)





  야마자키 마리 님이 빚은 만화책 《테르마이 로마이》(애니북스,2011) 첫째 권을 읽습니다. 먼 옛날 로마에서 로마사람이 즐기는 목욕탕과 얽혀 오늘날 일본에서 일본사람이 즐기는 목욕탕을 빗대어 ‘차원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 옛날 로마사람은 먼 뒷날 일본으로 넘어가서 여러 가지 ‘현대 목욕 시설’을 돌아보고 나서, 이를 옛날 로마에 고스란히 받아들입니다.



- ‘이제 좀더 쓰기 편한 때밀이 도구가 고안되어야 하지 않을까?’ (83쪽)

- ‘아아, 고능하다면 이러한 알 수 없는 것들을 모조리 모아다 로마로 가져가고 싶다. 언뜻 괴상망측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모종의 가공할 요소를 겸비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87쪽)



  먼 옛날 로마에서는 먼 뒷날 일본에서 만든 여러 가지를 배워서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먼 뒷날(오늘날)’이라고 하는 일본은 어떠할까요. 일본은 오늘 바로 이곳에서 모든 것을 처음으로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오늘날 일본에서도 ‘차원 여행’을 하면서 ‘먼 뒷날’로 날아가서 본 것을 오늘 이곳에 고스란히 옮겼을까요?


  아이들이 널리 읽는 만화책 《도라에몽》을 보면, 도라에몽은 진구 책상서랍으로 들락거리면서 ‘먼 뒷날’ 것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옵니다. 다만, 오늘날 진구는 먼 뒷날 것 가운데 어느 것도 이곳에 받아들여서 새로 가꾸거나 누리지는 않습니다.


  바흐라고 하는 사람은 꿈에서 하늘나라 소리를 듣고는 이를 노래로 지었다고 합니다. 바흐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꿈에서 ‘다른 차원 이야기’를 보고 나서 이곳에서 ‘다른 차원 이야기’를 받아들여서 펼쳤다고 합니다.





- “내 생각에 로마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확장보다도 제국 내의 평화유지. 어떻게 그 평화를 유지할지를 생각하기 위해 나는 이 섬을 만든 것일세. 하지만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밖으로 목욕하러 나가기가 귀찮아지거든. 바깥의 대형 테르마이에서는 집중력도 산만해져 사색에 잠길 수가 없네!” (117쪽)

- ‘신께서 무슨 의도로 나를 이 세계에 보내셨는지는 모른다. 허나 겁을 먹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선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노릇.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에 있는 것 이상의 테르마이를 폐하게 만들어 드려, 로마를 더 큰 번영으로 이끌어야만 한다!’ (128쪽)



  ‘책’을 처음으로 묶거나, ‘종이’를 처음으로 뜨거나, ‘연필’을 처음으로 깎거나, ‘글’을 처음으로 짓거나, ‘말’을 처음으로 뱉은 사람들은 저마다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알아서 펼쳤을까요? 그들은 그저 어느 날 스스로 이 모두를 알아챘을까요, 아니면 꿈에서 보았을까요, 아니면 다른 어느 별에서 이곳에 넌지시 알려주었을까요?


  만화책 《테르마이 로마이》는 그저 그린이 생각으로만 빚은 재미난 책이라고만 느끼지 않습니다. 가만히 보면,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꿈을 꾸면서 ‘그동안 미처 몰랐던 대목’을 보면서 배웁니다. 우리들 누구나 꿈에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배웁니다. 꿈이 아니더라도 문득문득 놀라운 이야기가 우리 머릿속에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어떻게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한테 왔을까 궁금하면서도, 이 많은 이야기는 우리가 스스로 바라고 생각했기에 차근차근 우리한테 올 수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테르마이 로마이》에 나오는 건축기사도 건축기사 스스로 새로운 목욕탕을 끝없이 생각하고 찾고 살피고 헤아렸기에, 차원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구나 싶습니다. 4348.3.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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