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야 웅진 우리그림책 21
강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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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6



내 마음동무야 반갑구나

― 안녕, 친구야

 강풀 글·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2013.1.14.



  씨앗 한 톨한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얘야 얘야 예쁜 씨앗아 너는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렴, 하고 말을 걸 수 있습니다. 풀 한 포기한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얘야 얘야 싱그러운 풀포기야 너는 아름다운 밥이 되어 나와 한몸이 되어 주렴, 하고 말을 걸 수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한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얘야 얘야 우람한 나무야 너는 나한테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렴, 하고 말을 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구하고도 말을 나눌 수 있습니다. 돌멩이하고 말을 걸면 돌멩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참새한테 말을 걸면 참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다만, 요새는 씨앗한테 말을 거는 시골지기가 드물고, 참새한테 말을 거는 아이가 드뭅니다. 요새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너무 바쁩니다. 요즈음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 놀거리와 볼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누군가 말했습니다. 아이는 깜짝 놀라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네가 그렇게 울면 사람들이 우리가 우는 줄 알고 싫어한단 말이야.” ..  (4쪽)




  우리가 사귀는 동무는 언제나 마음동무입니다. 소꿉동무나 책동무나 언제나 마음동무입니다. 왜냐하면, 서로 마음으로 아낄 때에 비로소 동무이니까, 모든 동무는 마음동무일밖에 없어요.


  눈빛을 보면 마음을 압니다. 눈빛으로 생각을 주고받습니다. 눈빛을 밝혀 기쁜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동무이니까요.


  다시 말하자면, 마음을 나누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동무가 아닙니다.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마음으로 만나고, 마음으로 얘기하며, 마음으로 노래하면서 기쁘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 생쥐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지금 쥐한테 고양이가 어디 있는지 묻는 거야?” ..  (23쪽)





  강풀 님이 만화로 빚은 그림책 《안녕, 친구야》(웅진주니어,2013)를 읽습니다. 밤에 혼자 잠들다가 문득 무섭다고 여겨 깨어난 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가다가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고는 아파서 우는 아이가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이 아이는 누구일까요. 발가락이 아프다며 우는 아이는 누구일까요. 어린 강풀 님일까요, 아니면 강풀 님이 낳은 아이일까요. 이 아이는 왜 밤에 씩씩하게 잠들면서 꿈나라로 가지 못하고 이렇게 아프다며 울어야 할까요.



..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오늘 내 방이 생겼거든. 혼자서도 잘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혼자 자다가 깨니까 너무 무서웠어. 안방을 가려다가 문지방에 엄지발가락이 찧었어.” ..  (34쪽)




  어쩌면 아이는 잠에서 깨어 눈밭나라를 돌아다니지 않고, 꿈나라에서 신나게 돌아다닌다고 할는지 모릅니다. 꿈나라에서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꿈나라에서 개와 쥐하고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할는지 모릅니다.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고 나서 울다가 어느새 잠이 들고 나서 고양이와 개와 쥐를 만났을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아이는 밤마실을 합니다. 눈송이가 펄펄 날리는 골목을 고양이와 함께 걷습니다. 그러면서 고양이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양이는 아이 말을 알아듣고, 아이는 고양이 말을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개와 사람도, 쥐와 사람도, 서로 말을 섞습니다.


  사람은 고양이하고 말을 섞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렇지요. 서로 말을 섞으려고 마음을 기울이면 말을 섞을 수 있습니다. 쥐와 고양이는 서로 말을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렇지요. 서로 잡고 잡히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아끼고 돕는 사이가 되면 얼마든지 말을 나눌 수 있습니다.



.. 아이는 한참을 걷다가 검은 고양이가 있는 골목까지 왔습니다. 검은 고양이가 아이를 보고 말했습니다. “길을 잃었니? 넌 아까 저쪽에서 왔어.” “고마워.” ..  (47쪽)




  마음을 활짝 열 때에 이야기꽃이 핍니다. 마음을 밝게 열면 이야기잔치가 됩니다. 마음을 따사로이 여는 동안 이야기밥을 먹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골목길을 걷는 동안 씩씩한 마음으로 거듭납니다. 아이는 새끼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골목길을 걷는 사이 씩씩한 몸짓으로 거듭납니다.


  밤은 무섭지 않습니다. 밤은 그저 밤이라, 모두 새근새근 잠들어 꿈을 꿉니다. 길을 잃을 일이 없습니다. 그저 먼 길을 혼자 나서 보았을 뿐이요, 고양이도 아이도 얼마든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늘이 지켜보면서 길을 다 알려줍니다. 바람이 들여다보고는 길을 살포시 알려주지요. 눈송이가 저마다 조잘조잘 떠들면서 길을 낱낱이 알려주어요. 고양이는 어미 품으로 돌아가고, 아이는 어버이 품으로 돌아갑니다. 4348.3.2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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