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63) 백白- 1


할머니는 5분 동안 등에서 아기를 내려놓는 대가로 백동전 다섯 개를 아저씨 손에 놓아 주고 돌아갔습니다

《임정진-나보다 작은 형》(푸른숲,2001) 33쪽


 백동전 다섯 개

→ 흰동전 다섯 닢

→ 하얀 동전 다섯 닢

→ 반짝이는 동전 다섯 닢

→ 하얗게 반짝이는 동전 다섯 닢

 …



  동화책에 나오는 ‘백동전’이라는 낱말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백동전(白銅錢)’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백통전’의 원말”이라 나오고, ‘백통전’은 “= 백통돈”이라 나오며, ‘백통돈(白銅-)’은 “백통으로 만든 돈”이라 나옵니다. ‘백통(白銅)’은 “구리, 아연, 니켈의 합금. 은백색으로 화폐나 장식품 따위에 쓴다”고 나와요. 그러니까, ‘백동전’이란 ‘은백색 동전’이라는 소리이니, 이 보기글에서는 ‘은빛 동전’이나 ‘새하얀 동전’이나 ‘하얗게 반짝이는 동전’으로 손볼 만합니다. ‘은백색(銀白色)’은 “은의 빛깔과 같은 흰색”을 뜻하고, ‘은색(銀色)’은 “은의 빛깔과 같이 반짝이는 색”을 뜻하거든요.


  조금 더 헤아린다면, ‘백동전’은 그냥 ‘흰동전’이나 ‘하얀 동전’이라고 손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전(銅錢)’은 한국말로 ‘쇠돈’이기도 합니다. 더 손보고 싶다면 ‘흰쇠돈’으로까지 손볼 수 있어요.


 백구두 → 흰구두

 백장미 → 흰장미

 백포도주 → 흰포도술


  다음으로 ‘白-’이라는 한자말을 생각해 봅니다. 이 한자말을 그대로 쓰고 싶다면 그대로 쓸 수 있으나, ‘흰-’이라는 한국말이 있습니다. 굳이 ‘白-’이라는 한자말을 쓸 까닭이 없이 ‘흰-’이라는 한국말을 쓰면 됩니다. ‘흰고니’와 ‘까만고니’처럼 쓰면 되고, ‘흰오리’와 ‘까만오리’처럼 쓰면 됩니다. ‘흰털’과 ‘까만털’이라든지 ‘흰옷’과 ‘검은옷’처럼 쓰면 되지요. 한국사람이 한겨레를 일컬을 적에는 ‘백의민족(白衣民族)’이 아니라 ‘흰옷겨레’처럼 적으면 한결 알아보기에 쉬우면서 고운 말이 됩니다. 4348.3.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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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5분 동안 등에서 아기를 내려놓는 삯으로 새하얀 동전 다섯 닢을 아저씨 손에 놓아 주고 돌아갔습니다


“내려놓는 대가(代價)로”는 “내려놓는 값으로”나 “내려놓는 삯으로”로 손질하고, “다섯 개(個)”는 “다섯 닢”으로 손질합니다.



백(白)- : ‘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백구두 / 백장미 / 백포도주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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