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206 : 낙토樂土
이제야말로 나는 시가 내 생의 구원이 될 것이라는 예감에 오늘 하루도 즐거이 진흙밭을 낙토(樂土)로 여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기만 하다
《임동확-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실천문학사,2005) 159쪽
낙토(樂土)
→ 즐거운 땅
→ 기쁨누리
→ 멋진 나라
→ 하늘나라
→ 아름다운 곳
…
한자말 ‘낙토’는 “즐거운 땅”을 가리킵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땅을 가리킨다고 뜻풀이를 하는데, ‘행복’이라는 한자말은 ‘기쁨’을 누려서 흐뭇한 마음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즐겁고 행복하게”는 “즐겁고 기쁘게”를 가리키는 셈이고, 뜻이 같은 낱말을 나란히 적은 셈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즐거운 땅”이나 “기쁜 터전”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기쁨누리’나 ‘기쁨나라’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써도 잘 어울립니다. ‘하늘나라’ 같은 낱말을 예부터 썼고, ‘하늘기쁨나라’라든지 ‘기쁜하늘나라’ 같은 낱말을 그야말로 기쁘게 써 볼 만합니다.
황무지를 일구어 낙토로 꾸미다
→ 거친 땅을 일구어 좋은 땅으로 꾸미다
→ 거친 땅을 일구어 기름지게 꾸미다
살기 좋은 낙토를 떠나
→ 살기 좋은 땅을 떠나
→ 살기 좋은 곳을 떠나
한자말 ‘낙토’는 “살기 좋은 땅”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한국말사전에 나온 보기글 가운데 “살기 좋은 낙토”는 겹말입니다. 그냥 “살기 좋은 땅”이라고 적으면 됩니다. 우리는 ‘낙토’라는 낱말을 안 써도 될 뿐 아니라, 이런 낱말에 한자를 붙여서 써야 할 일도 없습니다. 4348.3.16.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제야말로 나는 시가 내 삶을 수렁에서 건져 주리라는 느낌에 오늘 하루도 즐거이 진흙밭을 꿈누리로 여길 수 있는 느긋한 마음이어서 기쁘기만 하다
“내 생(生)의 구원(救援)이 될 것이라는”은 “내 삶을 살릴 수 있다는”이나 “내 삶을 수렁에서 견져 주리라는”으로 손보고, ‘예감(豫感)에’는 ‘느낌에’나 ‘미리 느껴’로 손봅니다. “여길 수 있는 여유(餘裕)를 가질 수 있어서”는 “여길 수 있는 느긋한 마음이어서”나 “여길 수 있도록 느긋해서”로 손질하고, ‘행복(幸福)하기만’은 ‘즐겁기만’이나 ‘기쁘기만’으로 손질합니다.
낙토(樂土) : 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땅
- 황무지를 일구어 낙토로 꾸미다 / 살기 좋은 낙토를 떠나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