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 덮는 이불



  두 아이를 왼쪽과 오른쪽에 누여서 자니, 나는 두 아이한테서 이불을 조금씩 얻어서 덮는다. 아이들이 이불을 오롯이 덮으면서 남는 사이에서 내가 자는 셈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자다가 이불을 끌어당기면, 나는 이불을 못 덮는다. 아이들이 자다가 이불을 걷어차도, 나는 이불이 없다. 내가 따로 이불을 덮으며 잔다면, 어쩌면 그대로 콜콜 잠들기만 하고, 아이들이 이불을 걷어차는지 마는지 못 느끼지 않을까 하고도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불을 따로 덮더라도 알아차릴 대목은 알아차리리라 느낀다. 이제 겨울이 저물고 봄이 무르익으면, 두툼한 이불은 모두 빨고 볕에 여러 날 말려서 옷장에 들어간다. 여름이 되면 모두 따로 이불을 덮을 테지. 4348.3.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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