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34. 스스로, 손수, 몸소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혼자 하지 못할 적에 ‘바보’라고 합니다.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을 스스로 하지 못할 적에도 ‘바보’라고 합니다. 손수 밥을 짓지 못한다거나, 손수 빨래를 못한다고 할 적에도 바보라고 할 만합니다. 바보는 왜 바보일까요? 아직 제대로 모르기에 바보라 할 텐데, 아직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할 줄 모릅니다. 아직 제대로 바라볼 줄 모르기에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제대로 못 보고, 제대로 못 하며, 제대로 못 되는 사람이 바보입니다.


  제대로 못 보니 스스로 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하지 못하니 남이 도와주거나 남이 맡아서 해야 합니다. 손수 하지 못한다면 삶을 손수 짓지 못합니다. 삶을 손수 짓지 못하니, 살림을 몸소 가꾸지 못해요. 기쁨과 즐거움을 몸소 누리지 못하지요.


  ‘스스로’ 어떤 일을 한다면, 바로 오늘 이곳에서 내가 한다는 뜻입니다. ‘손수’ 어떤 일을 한다면, 하나하나 내가 지어서 가꾸려 한다는 뜻입니다. ‘몸소’ 어떤 일을 한다면, 마음에 담은 생각대로 차근차근 온몸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할 일은 내가 해야 합니다. 남이 해 줄 수 없습니다. 밥을 먹건 똥을 누건 내가 해야 합니다. 내가 몸소 해야 합니다. 물을 마시건 바람을 마시건 내가 해야 합니다. 내가 몸소 물을 안 마시거나 바람을 안 마시면, 내 목숨은 끊어집니다. 내 삶길은 내가 몸소 걷습니다. 남이 내 삶길을 걸어 주지 않습니다. 내 몸을 스스로 움직여서 내 길을 가야 합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을 해야 하고, 내가 손수 생각대로 움직여야 하며, 내가 몸소 모든 것을 이루어야 합니다.


  내가 나로 일어서는 길은 늘 이 세 가지입니다. ‘스스로·손수·몸소’입니다. 스스로 느껴서 바라봅니다. 손수 생각해서 짓습니다. 몸소 움직여서 삶을 누립니다. 보고, 하며, 됩니다. 하면서, 보고, 됩니다. 되도록, 보고, 합니다. 되게끔, 하면서, 봅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슴속에 아름다운 님을 품으면서 제 길을 씩씩하게 걷습니다. 4348.3.3.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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