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책에 그림자 지는구나



  아이도 어른도 책에 폭 파묻히면 ‘그림자를 지게’ 하는 줄 모르는 채 고개를 가만히 처박는다. 어른이라면 모르되 아이한테는 알려주어야 한다. “얘야, 책에 그림자가 지는구나.” “응? 아, 그러네.” 책에 폭 파묻힐 적에는 스스로 그림자를 지게 해서 어두워지는 줄 잊는다. 못 알아챈다. “그렇게 고개를 가까이 대지 않아도 다 잘 보여. 고개를 가까이 댄다고 해서 더 잘 보이지 않아.” 맞는 말이다. 고개를 가까이 댄다고 해서 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을 볼까? 고개를 가까이 대면 ‘새로운 모습’을 본다. 어떻게 보든 우리는 늘 ‘잘’ 보기 때문에 굳이 고개를 가까이 디밀 까닭이 없다. 어느 자리에 있든 다 잘 보기 마련이다. 보는 자리에 따라 ‘보면서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새롭다. 그래서 한 마디를 덧붙인다. “얘야, 더 가까이 보고 싶으면, 그림자가 안 지는 자리에 앉아서 보렴.” 4348.3.7.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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