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4
히구라시 키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76



함께 짓는 삶과 사랑이기에

―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4

 히구라시 키노코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5.2.28.



  아침이 되어 볕이 들면 땅이 녹습니다. 저녁이 되어 해가 지면 다시 땅이 얼어붙습니다. 겨울이 저물고 봄이 찾아오는 철에는 땅이 녹고 얼기를 되풀이합니다. 겨울은 고요히 잠들기 앞서 마지막으로 차가운 바람을 남기고, 봄은 기지개를 켜면서 살며시 노래를 합니다.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린 들꽃은 벌을 부릅니다. 꿀벌은 어느새 깨어나 조그마한 들꽃마다 내려앉아 꽃가루를 모읍니다. 꿀벌이 꽃가루를 모으는 동안 조그마한 들꽃은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벌이 깨어났으니 나비도 곧 깨어날 테지요. 벌이 싱그러니 춤을 추니, 나비도 해맑게 춤을 출 테지요. 벌레도 짐승도 새도 사람도 잔뜩 웅크리는 겨울이라면, 모든 목숨이 기쁘게 깨어나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봄입니다.



- ‘리츠코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 (9쪽)

- “오랜만이다.” “응? 아, 아침부터 정식 먹는 거 말이지.” “아니, 둘이서 아침 먹는 거.” (23쪽)





  우리 집 뒤꼍에 서서 딱새와 마주합니다. 겨울이 처음 찾아든 지난해 끝자락에는, 이 딱새가 나를 보면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이 딱새는 우리 집 처마 밑에 있는 제비집에서 겨울을 나는데, 겨울나기를 하는 동안 내 모습이 많이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뒤꼍이나 마당에서 서로 눈이 마주쳐도 곧장 날아가지 않습니다. 내 옆으로 뿅뿅 걸어서 다가오기도 하고, 한참 서로 눈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딱새하고 눈이 마주치면 뒤꼍이나 마당에서 슬쩍슬쩍 춤을 추어 봅니다. 춤을 추어도 그대로 있는지 지켜봅니다. 춤을 추면, 딱새는 가만히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바라볼는지 모르고, 사람이 추는 춤이 재미있어서 한참 지켜볼는지 모릅니다.


  이리하여, 엊그제부터는 딱새하고 눈이 마주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릅니다.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데, 이때에도 딱새는 날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부르는 노래하고 딱새 저희가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다른가를 헤아리려는 듯하기도 하지만, 새가 사람한테서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 ‘평소라면 이런 일로 싸우진 않을 텐데. 왜 이렇게 사소한 일로 틀어졌을까? 기분 좋게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새로운 마음으로.’ (41∼42쪽)

- ‘아무것도 못하겠어. 감기가 이렇게 괴로운 거였나.’ (59쪽)





  히구라시 키노코 님이 빚은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5) 넷째 권을 읽습니다. 이제 이 만화책은 넷째 권에 이르고, 넷째 권에 이르면서, ‘두 사람’은 마음이 제법 자랐습니다. 다만, 마음이 제법 자랐을 뿐, 아직 오롯이 자라거나 옹글게 바로서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주 조그마한 일을 놓고 쳇쳇거리면서 토라지기도 하고, 서로 꽁꽁거리기도 합니다. 더 넓게 마음을 열어 ‘왜 토라지’고 ‘왜 서운한’지를 말로 털어놓지 못합니다. 앞으로 다섯째 권쯤 되면, 마음으로만 얼핏 헤아리려는 숨결을 넘어서, 말로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 “다른 사람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주장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해.” (143쪽)

- “빨리 결혼하면 좋을 텐데.” “결혼하면 좋아.” “그러게.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우린 우리잖아.” (157∼158쪽)





  한 사람이 곱게 자라면서 다른 한 사람도 곱게 자랍니다. 한 사람이 기쁨으로 크면서 다른 한 사람도 기쁨으로 큽니다. 함께 사는 두 사람은 서로 아끼려는 마음이 됩니다. 먹고 자기만 하던 두 사람은 ‘함께 사는 두 사람’으로 누리려는 하루를 어렴풋하면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아침을 열면, 두 사람은 더욱 기운을 내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없이 아침을 맞이한다면 고단하거나 힘겹거나 지치는 일만 찾아오겠지요.


  이리하여, ‘두 사람’ 가운데 사내는 “우린 우리잖아” 하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껏 도무지 할 줄 모르던 말을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남한테 휘둘리는 굴레가 아니고, 남을 따라서 휩쓸리는 얼거리가 아니라, 스스로 지어서 누리려 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뗍니다. 아기처럼 아장아장 첫발을 뗍니다. 사랑스러운 삶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떼요.



- ‘말이란 훨씬 헤아릴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진다. 어떤 말을 가르칠까. 어떤 말을 들려줄까. 그리고 나는 어떤 교사가 될 수 있을까.’ (201∼202쪽)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에 나오는 ‘두 사람’은 여태 ‘아장걸음’조차 못 떼며 살았습니다. 뭐랄까요, 아기가 갓 태어나서 마냥 누워서 지내거나 비로소 뒤집기를 하거나 처음으로 기거나, 힘을 내어 두 발로 서려고 하는, 이러한 몸짓으로만 지냈다면(셋째 권까지), 이제는 두 발로 선 몸으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다섯째 권에서는 어떤 새발을 뗄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이 두 사람은 어떤 사랑을 스스로 지어서 어떤 삶으로 꿈을 기쁘게 누릴 수 있을까요.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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