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27 ‘조바심’과 ‘두려움’
어떤 일을 서두르려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서두르려 할까요? 서두르지 않으면 일이 안 되리라 여기니까 서두릅니다. 그러면, 서두르면 일이 될까요? 서두르기에 일이 잘 될까요? 네, 서두를 때에 일이 될 수 있고, 서두르기에 일이 잘 될 수 있어요. 때에 따라 다릅니다. 빠르게 움직이기에 일이 될 수 있고, 찬찬히 움직이면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두른 탓에 일이 안 될 수 있지요. 너무 빠르게 움직인 나머지 일이 엉클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할 적에 서두르거나 늑장을 부리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모든 몸짓은 우리가 하려는 일에 알맞게 흐릅니다. 그래서, 서두른다면 서두르는 몸짓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으면 되고, 늑장을 부릴 적에도 늑장을 부리는 몸짓을 가만히 살펴볼 수 있으면 됩니다. 다만, 두 가지 마음이 깃들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조바심’입니다. 둘째, ‘두려움’입니다.
‘조바심’은 지레 걱정을 담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아직 하지 않았고, 아직 움직이지 않았으나, 먼저 걱정이나 근심을 담는 마음이 바로 ‘조바심’입니다. 비슷한 말로 ‘조마거리다·오마조마하다·조마조마하다’가 있습니다. 이 세 낱말은 마음을 졸이거나 태우면서 흔들거리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벌벌 떠는 모습을 가리킨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은 떨리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마음이 왜 떨릴까요? 잘못될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떨립니다. 왜 잘못될까 하고 생각할까요? 스스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요, 스스로 믿지 못하는 까닭은 내가 나를 스스로 바라볼 줄 모르기 때문이요, 내가 나를 차분히 마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모르기에 나를 믿지 못하며, 내가 나를 알려고 하지 않으니 자꾸 잘못되겠거니 하고 지레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조바심’은 걱정과 근심을 끌어들이는 마음입니다. 이리하여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스스로 흔들거리거나 벌벌 떱니다. ‘두려움’은 잘못을 스스로 생각해서 짓는 마음입니다. 아무도 아무 말을 안 했고, 아무도 아무 짓을 안 했으나, 그저 스스로 믿지 못하는 바보스럽거나 어리석은 마음이 되어 스스로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너집니다.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아무 일을 못 합니다. 두려움을 품는 사람은 아무 일을 안 합니다. 조바심을 내기에 스스로 흔들거리거나 떨다가 무너집니다. 두려움을 품기에 스스로 못 믿고 스스로 풀 길을 바라보지 않다가 어느새 스스로 무너집니다.
무너지는 모습은 두 가지이지만, ‘무너졌다’는 대목에서는 두 가지가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도 두 가지 있다고 할 만합니다. 첫째, 내 마음에 걱정과 근심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무너질 일이 없습니다. 둘째, 내 마음에 잘못되겠거니 하는 생각을 심지 않으면 무너질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다스릴 적에 기쁘거나 즐거울까요?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볼 적에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요?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짓거나 가꿀 적에 꿈을 이룰까요? 바로 ‘조바심(걱정·근심)’과 ‘두려움(잘못)’이 아니라 ‘사랑’과 ‘꿈’을 생각하고 품으면서 보듬을 노릇입니다. 4348.2.2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