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16) -의 : 본가의 장남
내 이름인 종원은 본가의 장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백종원-조선 사람》(삼천리,2012) 113쪽
본가의 장남이라는 뜻
→ 본가에서 장남이라는 뜻
→ 본가에서 맏아들이라는 뜻
→ 집안에서 맏아들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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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는 말버릇입니다. 말버릇은 버릇으로 굳은 말이기에, 삶으로 굳은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삶으로 굳은 말이란 늘 듣거나 쓰면서 어느 한 사람한테 익숙한 결입니다. 그래서, 어느 말투를 놓고 좋거나 나쁘다고 가를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말투는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주고받는 결이라고 여길 수 있고, 어느 말투는 바깥말에 휩쓸리거나 휘둘리면서 물든 결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힘센 아이”처럼 쓰는 한국 말투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투가 일제강점기 언저리부터 “마을‘의’ 가장 힘센 아이” 같은 말투로 차츰 바뀌었습니다. “우리 집 귀염둥이”나 “우리 집에서 귀염둥이”처럼 오랫동안 쓰던 말투가 요즈음에는 “우리 집‘의’ 귀염둥이”처럼 ‘-의’를 넣어야 되는 줄 여기는 말투로 조금씩 바뀌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에서’라는 토씨를 넣어야 알맞으나, ‘-의’를 넣습니다. 재일조선인이 쓴 글인 터라, 일본에서 다른 일본말에 많이 휩쓸리거나 젖어들었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이 퍽 널리 쓰는 말투라 한다면 ‘사회에서 널리 쓰는 말투’는 될는지 모르나, 옳거나 바르거나 알맞거나 슬기롭거나 사랑스럽게 쓰는 말투는 아닙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에서 널리 쓰는 말투’로 굳거나 퍼지더라도, ‘한국말은 아닌’ 셈입니다. 옳거니 그르거니 따지려는 말투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사람으로서 쓸 만한 말투’인가 아닌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삶이 녹아들어서 흐르는 말투인가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4348.3.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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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인 종원은 집안에서 맏아들이라는 뜻이다
‘본가(本家)’는 그대로 쓸 수 있을 테지만 ‘집안’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장남(長男)’은 ‘맏아들’로 손질하고, “뜻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나 “뜻한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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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18) -의 : 엄마의 한숨 소리
등을 돌리고 있지만 엄마의 한숨 소리가 우리한테까지 다 들렸다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9쪽
엄마의 한숨 소리가
→ 엄마 한숨 소리가
→ 어머니가 한숨 쉬는 소리가
→ 어머니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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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숨을 쉽니다. 아기도 한숨을 쉴 수 있습니다. 크게 몰아서 쉬는 숨이 한숨이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한숨을 쉬면 “아기 한숨 소리”입니다. ‘-의’를 사이에 넣을 까닭이 없습니다. 사이에 아무것이 없어서 허전하다고 여긴다면, “아기가 한숨 쉬는 소리”처럼 쓰면 됩니다. 4348.3.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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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돌렸지만 어머니가 한숨 쉬는 소리가 우리한테까지 다 들렸다
“돌리고 있지만”은 “돌리지만”이나 “돌렸지만”으로 다듬습니다. ‘엄마’는 아기가 쓰는 말이니, ‘어머니’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