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384) -께


예전에 제가 한국에 오기 전, 엄마 혼자 한국에 와서 일을 하고 계실 때 엄마께 편지를 보냈던 일이 생각나요

《박채란-국경 없는 마을》(서해문집,2004) 127쪽


 엄마께 편지를 보냈던

→ 어머니한테 편지를 보냈던

→ 엄마한테 편지를 보냈던

→ 어머니께 편지를 보냈던

 …



  아이가 어른을 높이면서 ‘-한테/-에게’가 아닌 ‘-께’를 붙일 수 있습니다. 어른과 어른 사이에서도 맞은편 어른을 높이려고 ‘-께’를 붙일 수 있어요. 그런데, ‘엄마께’ 같은 말마디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한집 사람일 때에는 어머니는 그냥 ‘어머니’이고, 아버지도 그냥 ‘아버지’입니다. 한집 사람한테는 따로 ‘님’을 붙이지 않아요. 내 동무네 어머니라면, 이러할 때에는 ‘어머님’이나 ‘아버님’처럼 씁니다. 그래서, ‘내 어머니’한테 편지를 쓸 적에 “어머니께 편지를 보냈던”처럼 써도 말법으로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삶으로 헤아리면 알맞지 않아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받도록 보내는 편지라면 “어머니한테 편지를 보냈던”처럼 적을 때에 가장 똑바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나이가 스물이나 서른이 되어도 ‘엄마’라는 낱말을 내려놓지 못해요. 나이가 마흔이나 쉰이 되어도 마치 아기처럼 굴면서 ‘엄마·아빠’라는 말을 어수룩하게 씁니다. 이런 말을 듣는 어버이가 이녁 아이한테 ‘너는 이제 아기가 아니니 말을 제대로 써야 한다’ 하고 알려주어야 할 텐데, 오늘날 어버이가 아이한테 말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물려주지 못하다 보니 “엄마한테 편지를 보냈던”처럼 말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가만히 보면, 학교에서는 흔히 “선생님께 드려라”라든지 “부모님께 갖다 드려라”처럼 말합니다. 높이려는 뜻에서 ‘-께’를 붙일 만합니다. 틀린 말씨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도 ‘-한테/-에게’를 써야 알맞습니다. ‘-께’는 여느 때에 좀처럼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을 높이려고 할 때에 붙입니다. 여느 때에 늘 가까이 어울리거나 함께 있는 사람이라면 웃어른이라 하더라도 예부터 흔히 ‘-한테’만 붙입니다. 여느 때에 늘 가까이 어울리거나 함께 있는 사람이지만,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말을 꺼내려 할 적에 비로소 ‘-께’를 붙이곤 합니다. 4338.1.4.불/4348.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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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가 한국에 오기 앞서, 어머니 혼자 한국에 와서 일을 하실 때 어머니한테 편지를 보냈던 일이 생각나요


“오기 전(前)에”는 “오기 앞서”로 손보고, “일을 하고 계실”은 “일을 하실”이나 “일하실”로 손봅니다. ‘엄마’는 ‘어머니’로 바로잡습니다. ‘엄마’는 사람이 아기일 적에만 쓰는 낱말입니다. 편지를 쓸 만한 나이라면 ‘어머니’로 써야 올바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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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386) -에로


겨울은 가랑잎만 날리는 것인가! 결핵으로 지친 인간과 더불어 어디라도 좋으니 아주 먼 먼 나라에로 날려 주구려

《권정생-코쟁이네 세퍼트와 판돌이네 똥개》(물레,1987) 33쪽


 먼 나라에로 날려 주구려

→ 먼 나라에 날려 주구려

→ 먼 나라로 날려 주구려

→ 먼 나라까지 날려 주구려

 …



  ‘-에로’라는 토씨는 한국말에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말에는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에 + -로’ 꼴로 쓰는 ‘-에로’는 일본 말투인 셈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에로’를 올림말로 다루면서 “격을 나타내는 대상과 관련된 말에 붙는 조사. 격 조사 ‘에’가 위치를 나타낼 때 거기에 방향성을 주기 위하여 부사격 조사 ‘로’와 결합한 것이다”처럼 풀이하지만, 이렇게 올림말로 다루어 풀이할 까닭이 없습니다. 한국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말 토씨 ‘-에’나 ‘-로’는 저마다 “위치 + 방향성”을 함께 나타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토씨는 하나만 따로 쓰더라도 “위치 + 방향성”을 얼마든지 나타내요. 이는 한국말사전에서 ‘-에’나 ‘-로’를 풀이한 이야기를 살펴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보기글에서 “먼 나라에 날려”나 “먼 나라로 날려”처럼 적어 보아도 알 수 있어요.


  토씨 ‘-에’와 ‘-로’를 외따로 쓸 적에 뜻이나 느낌이 넓지 않았다면, 한국사람은 먼 옛날부터 두 가지 토씨를 붙여서 썼을 테지요. 그러나, 한국사람은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두 토씨를 따로 썼습니다. 일본말에 길들거나 젖어들어 엉뚱한 토씨를 쓰는 일은 이제 말끔히 털어야겠습니다. 4338.1.15.흙/4348.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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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가랑잎만 날리는가! 결핵으로 지친 사람과 더불어 어디라도 좋으니 아주 먼 먼 나라로 날려 주구려


“날리는 것인가”는 “날리는가”로 다듬고,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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